[염주영 칼럼] 18대 국회가 가장 먼저 할 일

[염주영 칼럼] 18대 국회가 가장 먼저 할 일

입력 2008-04-10 00:00
수정 2008-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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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일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 4주년 되는 날이었다. 지난 4년동안 FTA를 해본 결과는 우리의 고정관념이 틀렸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는 FTA를 하면 농업이 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 경험은 매우 다른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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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주영 이사대우·멀티미디어 본부장
염주영 이사대우·멀티미디어 본부장
칠레와 FTA를 맺는 과정에서 가장 격렬하게 반대한 집단은 포도농가였다. 칠레는 남미 제1의 포도강국이다. 농민들은 물론이고 관련 학계나 연구기관, 정부 가릴 것 없이 ‘이제 포도농사는 끝장’이라고 생각했다. 오죽하면 정부가 제일 먼저 추진한 대책이 포도밭 갈아 엎기였을까. 정부는 농가에 보상비를 주어 포도밭을 갈아 엎게 했다. 그러나 포도농가는 망하지 않았다. 통계에 따르면 포도밭은 1640㏊(16.4㎢)에서 1840㏊로 오히려 200㏊가 늘었다. 칠레와의 FTA가 포도농가에 그다지 위협이 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우리 사회에서 FTA는 농업을 잡아먹는 괴물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FTA를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한·칠레 FTA 발효 이후 한국의 칠레에 대한 수출은 4년만에 6배로, 수입은 3배로 각각 늘었다. 수출증가율이 수입증가율보다 두배나 높다. 특히 한국산 자동차는 칠레에서 일본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예상했던 대로 긍정적인 효과가 컸다. 반면 포도밭, 키위밭, 사과밭은 예상과 달리 피해가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않았다.FTA는 우리 농업을 잡아먹는 괴물이 아니었다.

무엇이 농가로 하여금 멀쩡한 포도밭을 갈아 엎었다가 다시 포도나무를 심게 했을까? 생산자, 소비자, 정부대책, 그리고 칠레쪽의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에 관한 심층적인 분석이 이뤄진다면 포도밭의 역설이 쌀 등 다른 작물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몇가지 희망적인 추론이 가능하다. 우선소비자들의 우리 농산물 선호 경향이 예상외로 클 가능성이다. 사람의 입맛이나 체질은 쉽게 바뀌지 않는 법이다. 한국인 특유의 신토불이 정신도 작용할 것이다.

또 하나의 측면은 개방피해가 애초부터 과장됐을 가능성이다. 개방피해는 보상문제와 직결되므로 과장되는 경향이 있다. 제조업에 비해 농업에서 그 정도가 심한 것 같다. 피해가 과장되면 정책을 오도할 위험이 있다. 그리되면 농업경쟁력 향상을 위해 소중하게 쓰여야 할 재원을 낭비하게 된다. 포도밭 폐원사업이 그런 예다.

한두가지 사례를 일반화하여 확대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그럼에도 포도밭의 역설은 농업이 개방되더라도 잘만 대비하면 살 길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제는 개방의 고정관념에 대해 의문을 가져봐야 하지 않을까. 어차피 닥칠 개방이라면 어떻게 잘 대비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농업개방시대에 가장 시급한 대책이 있다면 그것은 개방의 공포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농민들이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미 FTA가 지난 4월2일로 타결 1주년을 넘겼으나 아직도 발효되지 못하고 있다. 총선을 의식한 국회내 각 정파들이 국가의 이익보다 정파적 이익을 앞세워 비준을 미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17대 국회는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 어제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가장 먼저 할 일은 한·미 FTA 비준이다.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지 말기 바란다.
2008-04-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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