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료보험을 까발리다

美 의료보험을 까발리다

정서린 기자
입력 2008-03-29 00:00
수정 2008-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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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지와 중지가 잘려나갔다. 중지를 붙이는 데 6만달러, 약지를 붙이는 데 1만 2000달러가 든다. 당신의 선택은 뭔가. 릭은 약지를 택했다. 왜냐. 그게 더 싸게 먹히니까. 릭의 아내는 울먹이고야 만다.“사람의 몸에 돈을 매기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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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무어(54) 감독의 신작 ‘식코’(Sicko·새달 3일 개봉)는 이렇게 시작한다.‘볼링 포 콜럼바인’에서는 교내 총기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까발리고,‘화씨 9/11’에서는 부시행정부의 외교정책에 화살을 날린 감독의 전적(?)을 보면 이번 영화도 만만치 않을 거란 짐작이 든다.

이번에 마이클 무어가 저승사자를 자처한 주제는 미국의 민간 의료보험체계다. 감독은 자신의 홈페이지(MICHAEALMOORE.COM)에서 의료보험의 피해를 입은 사람의 메일을 공개적으로 받았다. 메일은 무서운 속도로 답지했다.24시간만에 3700건, 일주일만에 2만 5000건의 이메일이 쏟아져 들어왔다. 감독은 일갈한다.“안 아프게 해달라고 기도할 수밖에 없다. 매년 1만 8000명의 미국인은 죽을 테니까.” 실제로 연간 의료보험 지출이 2조달러인 미국에서 보험이 없어 1만 8000명이 죽어나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러나 그게 어디 맘대로 되나. 엄마는 딸을 눈앞에서 잃고, 아내는 남편의 죽음을 속수무책으로 맞는다. 병원비를 못 내는 환자들은 쓰레기처럼 길가에 버려진다. 보험에 가입된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배후에는 ‘목숨 놓고 돈 먹기’에 바쁜 민간 보험사들이 있다. 이들의 뒤를 닦아주며 자기 배 채우기 바쁜 의회도 있다. 여기에 반론을 제기하면 바로 ‘빨갱이’ 취급받는 곳이 바로 아, 그 이름도 찬란한 민주주의의 나라 아메리카다.

그런데 이 감독, 그 와중에도 웃기는 재주 있다. 장엄한 ‘스타워스’ 배경음악과 함께 A부터 Z까지 보험 부적격 질환을 나열하는가 하면, 영부인 시절 전국민 의료보험제를 외치던 힐러리를 ‘섹시∼’하다며 추앙한다. 킬킬거리다가도 ‘제도’ 때문에 삶이 산산조각난 사람들을 내세워 웃음기를 싹 가시게 하는 재주도 있다.

내부 고발자들은 평범한 미국인들의 눈물에 확신을 더한다. 보험 판매원은 말한다.“부적격 통보할 때마다 마음이 아파 일부러 전화를 못되게 받아요.” 보험사의 의학 심사위원인 리나 피노는 내부 고발로 양심 선언을 했다.“환자를 죽이고 불구로 만드는 더러운 제도를 고발합니다.” 환자도 모르는 병력을 찾아내는 기업해결사는 말한다.“함정을 파놓고 기다리는 거죠. 모든 것은 이윤 극대화 때문이에요.” 그들은 하나같이 ‘참 못할 짓’이었다고 토로한다.

캐나다, 영국, 프랑스, 쿠바까지 쫓아다닌 감독. 끈덕진 취재로 사례만 200여개를 채집한. 그의 말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답은 요원하다.“환자를 대하는 더 좋은 제도가 있고 서로에게 더 잘할 수 있는데, 우리는 뭐가 잘못 돼서 그렇게 못하는 걸까.” 그리고 이건 이제 남의 얘기만은 아니다.

그래서 ‘식코’의 예고편은 ‘will be soon’(곧 개봉)이라고 말하지 않는다.‘get well soon’(곧 쾌차하시길)이라고 말한다. 정말이지 모두들 더 좋은 제도 아래에서 쾌차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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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08-03-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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