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제80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거머쥔 스페인의 국민배우 하비에르 바르뎀 주연의 영화. 국민의 90%가 가톨릭신자인 스페인에서 스스로 죽을 권리를 합법화해 달라고 주장해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라몬 삼페드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26년 전 수심도 알 수 없는 바다에서 다이빙을 하다가 목이 부러지는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라몬(하비에르 바르뎀). 그는 사고 뒤로 부모님과 형 내외의 지극한 보살핌 속에서 살고 있지만,1m라는 짧은 거리도 극복할 수 없는 자신의 삶을 보다 ‘이성적인’ 방법으로 끝내고 싶어 한다.
라몬은 ‘죽음도 삶의 일부’라며 안락사를 주장하고, 그의 투쟁을 돕기 위해 미모의 여변호사 훌리아(벨렌 루에)가 찾아온다. 훌리아는 자신도 몸이 마비되어 가는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지만, 라몬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그에게 사랑을 느낀다.
한편 이웃 마을에서 어린 두 아들을 키우며 살고 있는 로사(롤라 두에냐스)도 우연히 TV에서 라몬을 보고 그를 찾아온다. 공장에서 일하는 가난한 노동자인 그녀 역시 보잘 것 없는 자신의 삶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라몬에게 사랑을 느낀다. 이 영화는 단순히 거동이 불편해 입으로 펜을 잡고 글을 써야 했던 한 남자의 삶을 미화하거나 동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의 선택 자체를 주목하고 존중할 뿐이다.
오히려 라몬을 통해 ‘삶은 의무인지 권리인지’,‘산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잃어 버린 ‘자유의 부스러기’라며 휠체어를 거부하고 30여년간 침대 위에서만 생활한 전신마비자를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은 눈과 얼굴표정, 목소리만으로 섬세한 감정연기를 선보인다.
그가 과연 액션 스릴러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청부업자를 연기했던 배우와 동일인물이 맞는지 의심하게 할 정도다. 여기에 ‘오픈 유어 아이즈’,‘디 아더스’ 등으로 할리우드에서도 성공한 스페인 출신의 천재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는 연출은 물론 각본, 제작, 편집, 음악까지 맡아 잔잔한 감동을 더한다.
제61회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남우주연상, 제 77회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원제 Sea Inside.120분.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2008-03-01 2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