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가신 감독의 ‘명장’ 리뷰

진가신 감독의 ‘명장’ 리뷰

정서린 기자
입력 2008-01-26 00:00
수정 2008-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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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 운명 향해 함께 한 세남자

‘명장’(원제:投名狀)의 색조는 어둡고 거칠다. 흑바람 이는 대륙의 살육전,15만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된 대군의 육중한 발자국 소리는 우리가 전쟁영화에서 기대하는 그대로다. 그러나 영화는 전쟁의 스펙터클이 아닌, 세 남자의 운명과 회한을 그린다. 이 영화가 ‘첨밀밀’(1996)의 진가신 감독 작품이라는 걸 알면, 기존 중국 블록버스터의 관습을 따라가지 않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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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
‘명장’
19세기 중반, 태평천국의 난으로 중국은 14년간의 긴 내전에 돌입한다.7000만명의 사람이 전쟁과 굶주림으로 죽고만다. 청나라 장군 방청운(이연걸)은 싸움에 대패하고 혼자 시체더미에서 기어나온다. 그는 도적단의 우두머리 조이호(류덕화), 칼잡이 강오양(금성무)을 만나 오양의 목숨을 살려준 것을 계기로 이들의 마을에 머물게 된다. 가난해도 피붙이가 있는 마을은 군량을 압수하러 온 괴군의 습격을 받고, 방청운은 이호와 오양에게 정부 군에 입대할 것을 권한다. 이들은 믿음을 담보하기 위해 피로써 의형제를 맺는다. 셋은 서성과 쑤저우, 난징을 탈환하는 세번의 전투로 부와 명예를 얻게 된다. 그러나 애초부터 무게중심은 각자 다르다. 방청운은 권력과 명예에, 조이호는 가족과 형제애, 강오양은 신의에 방점을 찍는다.

방청운과 조이호의 극명한 대비는 감독이 중시하는 가치를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방청운이 무고한 여자를 강간한 부하들의 목을 치려 하자, 조이호는 내 형제를 건드리지 말라고 맞선다. 쑤저우 탈환을 이룬 조이호는 적장에게 병사들을 사면해주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지키려 하지만, 방청운은 몰살을 명한다. 오양마저 방청운의 뜻을 따르며 셋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균열로 접어든다.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이호에게 방청운은 “난징 탈환을 끝으로 평화만이 있을 것”이라고 약속한다. 극 초반, 방청운이 꿈꾸는 세상은 이상적인 곳이다.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군인이 민간인을 폭행하고, 당사자가 그 폭행을 당연시 여기지 않는 곳. 남자든 여자든 자유롭게 하는 것. 그게 그가 전쟁을 하는 이유였다. 그러나 대의를 위해 사의를 희생시켰던 방청운은 결과적으로 개인의 사랑과 야욕을 위해 맹세도 어기는 역설을 보여준다.

영화 속에는 셋의 영웅담을 다룬 경극이 등장한다. 이를 보다 웃음이 울음으로 번지는 조이호의 얼굴에는 한낱 과장된 경극으로 남고 만 관계와 인간에 대한 통한이 서려 있다. 영화는 전투 장면과 황량한 인간 내면을 사실적인 질감으로 그렸다. 그러나 극 중 하괴와 조이호의 부인 연생의 역할이 셋의 와해에 어떻게 치명적인 단초가 됐는지, 응집력 있는 이야기 전개와 설명력은 부족하다.31일 개봉.18세 이상 관람가.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08-01-2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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