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움직인 한마디] ‘갑’으로 살아라

[나를 움직인 한마디] ‘갑’으로 살아라

입력 2008-01-05 00:00
수정 2008-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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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철_ 안동 신세계연합병원 원장입니다. 현직 외과의사이면서 국내 최고의 투자전문가로 꼽힙니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를 썼습니다.



이 말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내가 고등학교를 마칠 때 하신 말씀이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내가 의대를 선택하게 된 것은 ‘아버지의 뜻’을 따랐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강요를 하신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평생을 경찰 공무원으로 살았다. 그런데 이 일이 참 마음이 편치 않은 직업이다. 엄격한 질서가 있고, 때로는 내가 원하지 않는 일도 하게 한다. 나는 평생 ‘을’로 산 사람이다. ‘갑’과 ‘을’의 차이는 대단히 크다.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고개를 숙여야 하는 삶은 ‘을’로 사는 것이다. 물론 ‘을’로 살아도 좋은 점은 있다. 적절한 비굴함의 대가로 무엇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갑’으로 살면 좀 다르다. ‘갑’은 원하는 일, 스스로에게 걸림이 없는 일만 하고 살 수 있다. 다만 단점이 있다면, 모든 것을 자신의 땀으로만 성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갑’으로 살고 싶어 하지만 쉽지 않다. 그래서 아버지는 네가 바람을 타지 않고 소신대로 살 수 있는 미래를 가졌으면 싶다. 내 생각에는 의사가 그렇다. 그래서 네가 의대에 가기를 바란다.”

물론 당시의 기준으로 하신 말씀이다. 하지만 어두운 시대를 살아오신 아버지의 마음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저런 말씀을 하시랴 싶었고 그것이 의사가 되는 길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이후로도 아버지의 말씀은 큰 영향을 주었고, 나는 지금도 ‘갑’과 ‘을’사이에서 고민할 일이 생기면 가능하면 ‘갑’을 선택한다. 그것은 오만함이나 군림하는 힘으로서의 ‘갑’이 아니라, 막힘이 없고 굴종하지 않으며 산은 케이블카를 타고가 아니라 반드시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 곳으로 여겨지게 하는 갑이다.

소위 ‘인 하우스’의 삶은 처음에는 ‘을’로서, 나중에는 ‘갑’으로 가는 통로가 될 수 있지만, 그래서 얻는‘갑’으로서의 삶은, 또 다른 ‘을’로서의 삶을 요구한다. 하지만 ‘갑’으로 살면 달라진다. 내 다리에 힘이 빠지면 그곳이 매번 계단의 마지막이고, 누군가가 내 손을 당겨주기를 바라며 비굴하지 않아도 된다. 그것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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