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글 이만근 기자
”엄마, 오늘은 장난감 천국 가는 날이에요”
“울면 안 돼!” 이맘때면 들려오는 캐럴 속 산타클로스는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안 줄지 몰라도 엄마들은 다르다. 세 살배기 딸을 키우는 김혜정 씨(32세) 마음도 마찬가지라서 이래저래 머리가 아프다. “설령 큰맘 먹고 비싼 것을 사줘도 금방 싫증을 내서 무용지물이 되버리니, 으휴!”
이런 부모 마음을 세심하게 헤아린 곳이 있다 하여 찾아간 ‘녹색장난감도서관’. 각 가정이나 기관에서 수집하거나 기증받은 장난감들을 무료로 대여하여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 다양한 놀이감을 제공하는 곳이다. 직장인들이 많이 오가는 서울 지하철 을지로입구역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지만 아이는 물론 어른들의 시선까지 확 잡는다.
“둘째까지는 생각이 없기 때문에 한 번 산 장난감을 물려주며 계속 쓸 수도 없잖아요. 이렇게 빌려 쓰면 꽤나 경제적이죠.” 외동아들 대해 엄마 김선옥 씨(32세)는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꼬박 이곳을 찾는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장난감도서관을 도입한 이는 사회복지사 김 프리다 박사다. 그는 지난 1982년 성 베드로 교육센터에 취학 전 장애 아동을 위한 장난감도서관을 설립했다. 장애 아동을 둔 부모를 위한 지원이 전무했던 당시 아동의 성장 발달을 위해 놀이의 중요성을 알린 것이다. 현재는 각 지자체 등이 자발적으로 지원에 나서 서울 열한 곳을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스물일곱 곳의 시설이 있다.
장난감 대여 외에 양육지원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부모 상담, 두두인형 만들기, 동화 구연, 베이비 마사지 등의 프로그램이 엄마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문의:(02)753-0222
녹색장난감도서관은 서울시가 2001년 을지로입구역 내 중고 재활용센터를 활용하여 설립했다. 60여 평의 아담한 공간이지만 아기 곰, 비행기, 블록 등 온갖 장난감이 빼곡하게 쌓여 있어 아이들의 눈에는 그야말로 장난감 천국이다. 물론 여러 사람이 쓰기 때문에 손때가 많이 묻을 수밖에 없지만 직원들이 손수 인형을 빨고 로봇을 닦으며 철저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새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연회비 5천 원만 내면 언제든 한 번에 두 점씩 열흘 동안 빌릴 수 있어요.
특히 형편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 가정에게는 연회비도 면제해요. 헌 장난감을 가져오면 새것으로 교환하기도 하니 자원을 절약하며 함께 사는 공동체 생활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셈이죠.” 직원 김희숙 씨는 이미 아이들이 다 커서 지긋지긋했던 장난감과 이별했지만 진작 이런 시설을 알았더라면 여러모로 좋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회원은 총 8천5백여 명이고 하루 평균 100여 명이 들러 장난감 4천여 점 사이를 즐겁게 오간다.
‘무슨 장난감을 빌려갈까’ 한참을 고심하고 있는 유빈이 아빠 강승구 씨는 직장과 가깝게 있어 이곳에 자주 들른다. “우리 아이는 무조건 소리가 많이 나는 걸 좋아해요. 출근할 때는 반납하고 퇴근길에는 새로운 장난감을 두 손 가득 빌려가니 아내나 아이들에게 언제나 환대받죠.” 약간의 발품만 들여 가족들에게 점수를 따고 있는 실속파 가장인 셈이다. 맞벌이 아들 부부를 대신해 손자 희준이를 보살피는 김숙려 할머니도 이곳에 자주 들른다.
“아직 세 살배기지만 벌써 산타클로스를 알아버린 것 같아. 책 읽어주다 보면 선물 이야기가 많이 나오거든. 이번 크리스마스에 희준이는 산타 할머니하고 여기 장난감 천국에 오게 될 거야.” 장난감을 받고서 환하게 웃다가 하루만 지나도 누가 줬는지조차 잊고 딴 데로 눈길을 돌리는 우리 아이들, 이번 크리스마스도 알뜰한 산타클로스 덕분에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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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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