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영칼럼]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

[홍순영칼럼]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

입력 2007-12-03 00:00
수정 2007-12-03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홍순영 전 외교부·통일부 장관
홍순영 전 외교부·통일부 장관
21세기 아시아의 정치질서는 잠재적 초강대국으로 성장하는 중국 그리고 이에 대하여 초강대국인 미국이 어떻게 대응하는가, 즉 중국과 미국간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하는가에 좌우된다고 미래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중국이 아시아의 강대국이 되고 초강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중국이 어떻게, 어떠한 속도로 세계화·자유화의 길로 나갈 것인가에 대하여는 견해가 다양하다. 중국은 스스로 화평굴기를 구호로 삼고 주변 국가들과의 우호적 관계, 다자협력체제를 추구하여 왔다. 주변 국가들과의 국경선 문제를 모두 호혜적으로 해결하고 이제는 개도국·비동맹국 외교를 뒤로 하고 세계를 상대로 강대국 외교를 하고 있다. 강대국 외교의 핵심은 대미외교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세계화의 흐름에 맞추어 유엔의 평화유지군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고, 대테러전쟁의 정당성에도 큰 틀에서 동조하고 있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도 큰 틀에서 반대하고 있다.

중국은 홍콩에서 일국 양체제의 실험에 성공하였으며, 타이완과의 경제공동체 형성에 가까이 가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시장경제의 강력한 동력에 의지하여 중산층과 지식인들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그들의 점증하는 기대와 요구, 나아가서 자유화의 요구에 부응하는 큰 과제를 가지고 있다. 중국은 실사구시의 큰 정치 철학으로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자유화의 길로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식 방법으로 중국식 속도에 맞추어 그렇게 할 것으로 예측된다. 어떤 학자는 중국의 자유화가 서구적 체제와 수준으로 나가기까지 100년의 세월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은 나라의 성격과 성장에 큰 의미를 가진다.

중국은 우선 아시아에서 시장공동체 즉, 이익공동체를 형성하는 일에 적극 노력하여 왔다.ASEAN과의 자유무역 협정을 이미 체결하였고 한국과의 FTA도 구상 중에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역사인식이나 가치관의 문제에서 아직 견해차이가 있으나 문화 및 경제에서는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충분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중국은 이 경제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하여 아시아국가들만으로 구성된 평화와 안보협력 지역공동체 형성을 구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보면 중국은 시장경제와 세계화의 최대 수혜 국가로서 미국과의 동반자관계를 외교의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은 아시아와 정치·경제적으로 연계된 아시아 국가이다. 그러므로 중국이 아시아의 평화와 안보협력을 위한 공동체 구상에서 미국을 배제하고 동아시아든 중앙아시아든 아시아 국가들과 연대하여 공동체를 제도화하는 것은 경제협력이나 안보협력 모두를 위하여 기여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고 견제하기 위하여 일본과 인도, 호주와 연대하여 별개의 블록을 구축한다는 것은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다. 미·중간의 경쟁과 대결을 연상시키는 어떠한 블록형성이나 지역안보체제의 제도화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미국과 중국 양국이 건설적 동반자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서 지금의 경제·이익의 동반자관계를 넘어 가치의 동반자관계를 지향하는 데 있다.

세계화는 경제이익의 세계화이면서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이라는 큰 가치의 세계화로 나갈 것이다.21세기의 세계공동체는 테러리즘과 핵 비확산, 빈곤과 질병, 환경보존, 문명충돌, 바른 정치 등 해결해야 할 어려운 과제들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과제들은 국제공동체가 연합·협력하여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시아국가 모두가 경제이익을 넘어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이라는 가치관을 공유하는 공동체를 지향하여 나가야 한다. 이것이 아시아의 과제요 임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우리 외교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홍순영 전 외교부·통일부 장관
2007-12-03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