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의원 vs 한나라 ‘하나은행 문건’ 공방
연일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의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파고 드는 대통합민주신당이 28일엔 BBK의 실질 소유주가 이 후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명백한 허위”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동안 이 후보측은 “BBK는 100% 김경준씨 소유로, 이 후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통합신당측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5200여명의 소액 투자자에게 600억원대의 피해를 입힌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당사자가 이 후보가 된다는 얘기다. 만만치 않은 파괴력을 지닌 주장인 것이다.
통합신당 정봉주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하나은행 내부 문서를 공개했다. 공개된 문서는 하나은행이 지난 2000년 6월24일 LKe뱅크에 5억원 출자 및 업무협정을 추진하기 위해 내부 결재를 받기 위한 품의서다. 담당 직원, 준법 감시팀과 협의를 마쳤다는 서명, 감사 및 은행장의 서명이 포함돼 있다.
정 의원은 이를 토대로 “이 후보와 김경준씨가 공동지분으로 출자한 LKe뱅크가 BBK를 100% 소유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품의서를 계약서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며 이 문서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 의원은 그러나 “은행이 투자를 결정할 때는 물 샐틈 없이 관련된 모든 서류를 검토한다.”면서 “출자를 위해 검토한 은행의 공식 서류까지도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재반박했다.
이 문서에서 BBK와 관련된 항목은 ▲사업내용 ▲재무현황 ▲기업구조 ▲사업성 분석 등 4개다. 여기에는 ‘LKe뱅크가 BBK를 100% 소유하고 있다.’는 직접적인 표현과 LKe뱅크가 BBK와 (가칭)e뱅크 증권회사 두 곳에 100% 출자했다는 내용이 도표와 함께 들어가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LKe뱅크가 BBK와 E뱅크증권회사를 소유했다는 도식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일단 E뱅크증권회사는 증권중개사인 EBK의 오기인 듯 보인다.”면서 “정 의원이 인용한 하나은행 내부문서의 도식은 각 회사의 지배구조가 아닌 영업구조를 표시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씨가 의도했던 대로 BBK 투자사업이 진행됐다면 LKe뱅크가 지주회사 구실을 하고 BBK가 투자자를 모으고 EBK가 실제투자를 하는 모델이 구축됐겠지만 결국 금감원 조사 등으로 실현되지 못했다는 게 박 대변인의 주장이다.
●“LKe뱅크 자산 60억중 30억여원 출자” vs “주주 명부에는 김경준 소유”
문서의 재무현황에는 BBK 주식이 LKe뱅크 자산으로 파악돼 있다. 전체 60억원 자산 중 30억 5000만원이 유가증권인데 이것이 BBK 출자 주식이라는 설명이 덧붙여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BBK의 전신인 BBK캐피탈파트너스의 주주 명부 등을 제시하며 “김씨가 조세회피 지역인 버진 아일랜드와 국내에 각각 설립한 BBK캐피탈파트너스와 이캐피탈이 BBK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주명부와 주식변동 상황명세서, 금감원 조사 당시 김씨가 제출한 진술서 등을 증거라며 제시했다.
LKe뱅크 사업성 분석에는 BBK 배당에 따른 투자 수익이 가장 먼저 언급돼 있다. 정 의원은 “하나은행은 설립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은 LKe뱅크가 아닌 BBK의 펀드 운용 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면서 “이는 LKe뱅크가 BBK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문서 결론 부분에는 ‘동사(LKe뱅크)의 향후 발생 수익은 일반투자형 Fund가 아닌 Arbitrage(차익거래) 펀드를 운용하는 투자 자문회사를 자회사로 보유하고 향후 당행과 연계 등으로 본건 출자 이상의 기대 수익이 예상되어 자본참여가 적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혀 있다.
정 의원은 “이는 주가조작과 자금 세탁의 매개체로 지적되는 MAF(Millennium Arbitrage Fund) 펀드를 언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가 조작 몰랐다면 바보 대표이사”
그는 “BBK를 실질적으로 소유하면서 주가 조작을 몰랐다는 것은 현대에 오래 근무한, 경제 전문가라고 하는 이 후보가 바보 대표이사라는 얘기”라면서 “검찰도 재조사를 통해 BBK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통합신당의 공세에 맞서 한나라당은 이날 김씨와 관련해 법무부가 발부한 범죄인인도청구서 내용을 공개하는 등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의 전력을 밝히며 김씨에게 ‘김대업’의 이미지를 덧씌우는 데 주력했다.
청구서에 따르면 김씨는 외국인이 투자를 하고 있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실존하지 않는 외국인들의 여권을 꾸며 위조하고,BBK 계좌를 이용한 시세조종을 통해 38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 등 9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나길회 홍희경기자 kkirina@seoul.co.kr
2007-10-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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