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와 이념대결 겨냥 靑과 일단 ‘선긋기’
이라크파병 연장동의안의 ‘뜨거운’관전포인트는 앞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관계다.23일 노 대통령이 공식 제안한 파병연장안에 대해 정 후보는 전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어쨌든 정 후보가 노 대통령과 화해를 시도하는 상황에서 날선 대립각을 세운 셈이다. 때문에 두 사람의 아름다운 인연은 이제 기대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여러 정황을 고려해볼 때, 이는 섣부른 판단인 것 같다. 노 대통령은 정 후보와의 관계 개선의 요체를 ‘정치 원칙의 문제’라고 밝혀왔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정 후보와의 관계는 구체적 정책 하나하나의 공감에 대한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거들었다.
파병 연장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은 확고했고, 정 후보는 그럼에도 ‘당 지도부의 ‘거부안’을 즉각 수용했다. 청와대의 반응은 의외로 날이 무뎠다. 정 후보가, 노 대통령과의 ‘화해’와 정책 차별은 별개 문제라고 자신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책적 반기가 자칫 관계 악화를 부채질할지 모른다는 우려는, 기우가 된 셈이다. 오히려 정 후보는 앞으로 노 대통령과 맞닥뜨릴 ‘정책 차별화’에 대한 고민을 해소하게 됐다고도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이번 사안과 관련된 정치 환경도 정 후보에게 나쁘지 않다.
이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파병 연장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안은 정 후보와 이 후보간의 본격적인 대립구도를 형성하는 계기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정 후보에게 철군 결의안을 내자고 촉구했다. 정책·가치 연대를 주장했던 터라 개혁진영 후보들의 사안별 공조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다시 노 대통령과의 관계로 돌아왔을 때, 정 후보의 반기가 호재로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은 아직 이르다. 노 대통령의 제안이 ‘국익’이라는 측면에서 대국민 호소력을 가질 경우, 정 후보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노 대통령에 대한 대립각으로 차별화하려 한다는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정 후보의 승부수는 이제부터다.
박찬구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2007-10-2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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