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예전엔 하루가 멀다하고 술을 즐겼는데, 이젠 집에 일찍 들어가니까요. 이게 다 아내 덕이죠.”
4집 ‘색깔속의 비밀’(1994) 이후,‘오늘도 난’‘오직 너뿐인 나를’‘긴하루’‘소리쳐’등 매 앨범마다 대중성을 추구해온 그가 이번에 내놓은 음반의 제목은 ‘색깔속의 비밀2’다.
“4집이 뉴욕스타일의 재즈, 블루스, 아카펠라 등을 담았다면,9집엔 LA의 음악적 색깔을 입혔어요.‘이승철이 이런 음악도 하네’라는 생각이 드실 수 있게 다양한 시도를 해봤죠.”
음악적 욕심만큼이나 음반에 참여한 해외 뮤지션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국내에는 ‘아이 스웨어’(I swear)로 유명한 아카펠라 R&B 그룹 ‘올포원’의 리더 제이미 존스가 3곡을 작곡한 것을 비롯해 마이클 잭슨, 스팅의 앨범에 참여했던 스티브 핫지가 믹싱 프로듀서를 맡았다.
“해외 유명 뮤지션들이 참여했다는 것이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은 제가 더 잘 알아요. 나라마다 다른 정서적 장벽을 넘지못해 실패하는 경우도 많이 봤고요. 대중성을 간과했던 4집의 부진을 교훈삼아 최대한 한국적으로 만들고자 노력했죠.”
이런 그가 이번에 타이틀곡으로 내놓은 것은 록발라드풍에 익숙한 후렴구가 인상적인 ‘사랑한다’. 언뜻 들으면 지난해 히트했던 8집 ‘소리쳐’와 비슷해 이의 아류같다는 인상도 준다.
“올 8월 이후 가요계에 변신을 꾀해 성공한 가수가 별로 없는 것 같더라고요. 사회적으로도 변화를 싫어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10∼50대로 구성된 제 팬클럽에서 ‘사랑한다’를 가장 좋아해주셨어요. 어차피 히트곡은 대중들이 만들어주시는 것 아니겠어요?”
이 밖에도 결혼과 함께 얻은 사춘기 딸이 사랑에 설레는 모습에서 모티브를 얻은 ‘프로포즈’를 비롯해 70년대 디스코사운드와 거북이의 랩이 돋보이는 ‘파트 타임 러버’, 고유진이 발표한 곡을 리메이크한 ‘눈물자욱’ 등도 주목해 볼 만하다. 매번 2년에 한번꼴로 앨범을 냈지만,8집 이후 1년여 만에 신보를 낸 것은 매년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찬다는 연말공연을 의식했기 때문일까.
“음반을 통해 팬들과 빨리 만나고 싶기도 했고, 물론 공연 때문이기도 하고요. 외국에서도 앨범 발매와 공연은 바로 이어지잖아요. 제 공연을 뮤지컬처럼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만드는 게 꿈이에요.”
하지만, 아무리 데뷔 20년인 ‘라이브의 황제’라도 최근 가요계 음반 시장 침체에 대한 불안감은 떨치지 못하는 모양이다.
“이번이 CD로 발매되는 마지막 앨범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5년전 ‘네버엔딩 스토리´ 때 40만장이 팔리고, 불황이라는 지난해도 18만장이 나갔지만, 올해는 고작 초판 4만장으로 시작하니까요. 제가 이 정도니 이렇게 가다가는 가수가 멸종되지나 않을까요?”
새달 3일 의정부를 시작으로 내년 3월까지 이어지는 전국투어를 앞두고 있는 이승철. 올초 두살 연상의 아내와 새 가정을 꾸리고 처음으로 낸 앨범과 공연에 대한 애착이 크다고.
“지난 7월부터 3개월간 미국 LA 할리우드의 5층짜리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음반을 준비했어요. 영어에 익숙한 집사람이 녹음 스튜디오를 예약하면, 한곡한곡 녹음을 마칠 때마다 함께 들어보는 과정의 연속이었죠. 그런 행복함과 음악적 완성도가 여러분에게도 전달되었으면 좋겠네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2007-10-2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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