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 ‘디워’와 ‘화려한 휴가’에 이어 9월 가을 극장가를 겨냥한 한국 영화가 잇따라 개봉된다. 한국 영화의 침체 속에 모처럼 찾아온 호기를 잡은 앞선 두 영화처럼 ‘화려한 인기’를 그대로 이어받겠다는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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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물로 분위기 ‘확 바꿔’
먼저 초가을 ‘간절기 틈새시장’과 추석 연휴를 노린 코믹물들이 눈에 띈다. 이 영화들은 여름 내내 대형 블록버스터나 다소 무거운 주제에 지친 관객들을 대상으로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새달 13일 개봉되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은 ‘주유소습격사건’과 ‘신라의 달밤’ 등을 히트시킨 김상진 감독의 2년 만의 신작. 시트콤 등을 통해 대중적 인기를 모은 나문희(권순분)가 초보 납치범들과 꾸미는 에피소드가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대의 추석 가족 관객들을 겨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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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대 젊은층이라면,‘권순분’과 맞붙는 ‘두 얼굴의 여친’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정려원의 영화 데뷔작인 데다,‘방과후 옥상’,‘광식이 동생 광태’ 등에서 코믹 내공을 인정받은 봉태규의 연기궁합이 관람 포인트. 이야기는 2001년 ‘엽기적인 그녀’와 비슷하지만,6년새 한껏 높아진 관객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20일에는 ‘두사부일체’,‘투사부일체’에 이은 3편격인 ‘상사부일체’가 개봉된다. 영화는 경영마인드를 배우러 대기업에 입사한 조폭두목 계두식(이성재)의 ‘투잡’ 생활을 그린다.1,2편을 합쳐 960만명 동원이라는 흥행 스코어와 손창민, 박상면 등 새로운 출연진이 기대를 모으지만, 좀 식상한 소재인 ‘조폭 코미디’의 한계를 어떻게 넘을지는 두고봐야 할 듯.
●잔잔한 감동의 휴먼 드라마
한편 하반기에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심금을 팍팍 울리는 휴먼드라마도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6일 개봉하는 ‘마이파더’는 22년 만에 고국을 찾은 입양아 제임스 파커(다니엘 헤니)가 사형수인 아버지(김영철)를 만나 겪는 스토리를 그린다. 특히 이 영화는 TV 다큐멘터리에 소개된 해외입양아 애런 베이츠의 실화를 토대로 했다. 이준익 감독의 신작 ‘즐거운 인생’(13일 개봉)은 직장과 가정에서 소외를 겪는 40대 가장들의 꿈찾기를 다룬다. 고단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은 대학시절 활동했던 록밴드 활화산을 재결성해 활력을 되찾는다.1000만 관객을 동원한 ‘왕의 남자’와 ‘라디오스타’로 호평을 이끌어낸 이 감독이 이번엔 어떤 통찰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20일 개봉하는 ‘사랑’은 ‘친구’‘태풍’으로 잘 알려진 곽경택 감독의 신작. 곽 감독은 운명적인 사랑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채인호(주진모)를 통해 ‘남자의 순정’을 이야기한다.‘사랑’이라는 다소 진부한 영화 제목은 투박한 경상도 남자 곽 감독의 모습과도 오버랩된다. 국내 한 대형 배급사의 관계자는 “추석을 앞둔 하반기 극장가는 기대 이상의 작품들이 많아 여느해보다 경쟁이 치열한 ‘춘추전국시대’가 될 것”이라면서 “최근 몇 년간 한국 관객들이 빠르게 성숙돼 어떤 흥행 공식도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 만큼 흥행 결과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2007-08-2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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