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성의 건강칼럼] 디스크의 자연경과

[이춘성의 건강칼럼] 디스크의 자연경과

입력 2007-07-14 00:00
수정 2007-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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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질병을 치료하지 않았을 때 병이 진행되는 경과를 ‘그 질병의 자연경과’라고 한다. 모든 질병은 특유의 자연경과를 가지고 있다. 맹장염의 경우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수일 내에 충수돌기가 터지면서 복막염을 일으켜 생명이 위태롭게 된다. 위암을 방치한다면 1년 내에 암이 온 몸에 퍼져 생명을 잃게 될 것이다. 이에 비해 감기는 ‘약을 먹으면 일주일, 약을 안 먹으면 7일’이라는 농담이 있듯이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도 대개는 때가 되면 낫는다.

그러면 허리 디스크의 자연경과는 어떨까?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전체 환자의 약 80%는 한두 달 정도 안정가료를 취하는 것만으로 증상이 현저하게 호전되고, 시간이 좀 걸려도 결국 자연치유가 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별도의 치료 없이 가만 놔 둬도 저절로 좋아질 환자가 전체의 80%라는 이야기이다.

이와 같은 자연치유는 돌출된 디스크의 크기가 엄청나게 크거나, 디스크를 싸고 있는 막이 터진 ‘파열 디스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어떤 디스크 환자가 서둘러 수술을 받았다면 수술 덕분에 좋아졌다고 감사할 것이고, 침을 맞거나 한방 탕제(湯劑)를 먹어서 좋아졌다면 그 침이나 탕제 때문에 좋아졌다며 고마워할 것이다. 하지만 자연경과를 생각해 보면 한두 달 안에 저절로 좋아질 환자가 공연히 불필요한 수술을 받거나 탕제를 복용했을 가능성이 80%나 된다.

어떤 치료방법이 널리 사용되려면 최소한 자연경과보다 좋은 치료 효과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 사용되는 치료법 중에는 자연경과보다 효과가 우수하다고 입증되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디스크를 잘 모르던 시절에는 디스크로 진단되면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전체 환자의 80%가 자연치유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수술을 하는 비율은 전체 환자의 20% 이내로 줄었다.‘무식해서 용감했던’ 시행착오의 시절을 거쳐 바야흐로 격물치지(格物致知)의 단계에 이르게 된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
2007-07-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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