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열의 퀼트가 있는 풍경 4] 4월에는 쿠션에도 꽃이 핀다

[최혜열의 퀼트가 있는 풍경 4] 4월에는 쿠션에도 꽃이 핀다

입력 2007-07-08 00:00
수정 2007-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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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벚꽃이 피는 계절이다. 올해는 겨울이 겨울답지 않아서 좀 일찍 핀다고 하지만 내게는 4월은 벚꽃이 피는 계절이다. 벚꽃도 좋아하지만 벚꽃이 진 다음에 피는 겹벚꽃을 나는 더 좋아한다. 겹벚꽃은 꽃잎이 여러 겹으로 피는 벚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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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은 하얀색에 가까운 연분홍빛이고 겹벚꽃은 톤 다운이 된 분홍빛이다. 또한 무게감이 있는 색깔이다. 꽃 모습은 4월의 축제처럼 풍성하고 마치 그 축제에서 춤을 추는 프리마 발레리나의 멋진 발레복 같다.

4월에는 그 겹벚꽃의 색깔과 모습을 닮은 퀼트 쿠션cushion을 만들어 보자. 쿠션은 흔히 암체어 혹은 소파 같은 의자에 앉을 때 쾌적한 느낌을 주기 위한 서양식의 작은 방석이다. 그러나 쿠션과 방석은 다르다.

방석은 깔고 앉는 것이지만(더러 방석을 베고 자는 사람도 있지만요!) 쿠션은 신체의 일부와 의자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영어의 cushion은 ‘완충물’’위안을 주는 것’이란 뜻으로도 사용된다. 쿠션은 실용적인 기능도 있지만 장식적인 기능도 강하다. 그렇다고 큰 비용이 드는 것은 아니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실내 분위기를 확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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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션을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틀에 박힌 모양을 지양해야 한다. 퀼트 쿠션을 만들 때에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야 쿠션도 산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퀼트는 더 이상 여자의 전유물은 아니다) 사과를 좋아하는 아이에겐 푸른 사과 모양의 쿠션을 만들어 줄 수 있고 고래를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고래를, 별을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별을 쿠션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 상상력이 발휘된 쿠션은 그것을 사용하는 아이에게 상상력을 키워준다.

상상력은 자연에서 많이 온다. 쿠션은 오래 전부터 자연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그건 자연처럼 편안한 것은 없고 자연은 싫증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자연을 닮는 디자인은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자동차의 눈인 헤드라이트가 동물의 눈을 닮아버린 지 오래고 차의 외형도 마찬가지다. 독일의 폴크스바겐의 대표적인 모델인 ‘비틀’은 딱정벌레를 닮지 않았는가. 최근에 시판되는 폴크스바겐의 ‘뉴비틀’ 도 마찬가지다.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면 자동차 안을 쿠션으로 변화를 주자. 가속도의 기계문명 속에 혹은 시멘트의 공간 속에 자연을 닮은 쿠션이 몇 개 있다면 그 공간은 살아 숨쉬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자연을 닮은 완충물인 쿠션 하나로 우리를 피곤하게 하는 21세기 문명에 편안하게 팔을 기댈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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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벚꽃 퀼트 쿠션’은 꽃잎이 똬리를 튼 모양을 하고 있어 특히 팔을 기댈 때 좋다. 딱딱한 의자에서 책을 읽을 때 이 쿠션을 이용하면 마치 겹벚꽃 나무 화사한 꽃그늘에 앉아 있는 기분이 된다.

실제로 4월의 겹벚꽃 나무 아래서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쿠션이 자연과 함께 있으면 더욱 화사하고 향기로워진다.

4월에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 위에서 피리를 부노라’로 시작되는 박목월 시인의 시 <4월의 노래>를 들을 때도 마찬가지다. 쿠션 하나로 당신의 4월도 목월의 시처럼 ‘빛나는 꿈의 계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겹벚꽃 퀼트 쿠션’은 외형적으로는 아주 큰 코르사주(코사지)가 될 수 있다. 누군가를 축하할 때 이처럼 감동적인 선물이 있을까?

나는 사실 꽃이 필 때보다 질 때가 더 아름답다. 벚꽃이 질 때는 눈보라처럼 지지만 겹벚꽃이 질 때는 ‘꽃비’가 내리는 것 같다. 그래서 4월에 내가 만드는 쿠션에는 꽃이 핀다.때로는 기쁨이, 때로는 슬픔이 인생의 완충물 역할을 한다. 내게 쿠션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글 최혜열 퀼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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