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이 한국 공연계의 주류로 성장하면서 배우, 극장뿐 아니라 좋은 작품조차 부족한 형편이다. 수준 높은 창작뮤지컬이 몇달 준비만으로 뚝딱 나오긴 어려우니 뉴욕 브로드웨이의 B급 뮤지컬까지 수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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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핏파이어 그릴’은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서울 충무아트홀이 새로 만든 소극장 ‘블루’의 개관을 기념해 올린 작품이다. 새 극장은 대학로 소극장보단 낫지만, 극장용이 아닌 사무실이나 학생용으로 쓰는 의자를 다닥다닥 붙여놓았다. 성인남성의 엉덩이로는 좌석 간격이 비좁다.
게다가 무대 왼쪽에 배우 통로와 오케스트라 박스를 벽으로 막아 돌출시켜 놓았다. 이 때문에 무대에 가까운 왼쪽 가장자리 좌석에 앉는 관객들은 고개를 오른쪽으로 한참 비틀어야만 해 목디스크가 걸릴 지경이다.
앞줄 좌석은 또 무대보다 위치가 낮아 올려봐야만 한다. 급하게 개조한 극장의 단면이다.
‘스핏파이어 그릴’은 버라이어티 쇼와 같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전형이 아니다. 노래도 포크송이라 신나기보다는 기타, 아코디언, 바이올린, 첼로가 어우러져 애절한 느낌이 강하다.
해외 에이전트들이 ‘한국 관객들이 가장 좋아할 뮤지컬’ 1위로 추천했다지만, 인기 있는 대작은 더 이상 수입할 작품이 남아있지 않다.
뮤지컬의 내용은 같은 제목의 영화를 바탕으로 했다. 미국의 시골에서 세 여성이 식당 스핏파이어 그릴을 경영하며 우정을 쌓는다는 감동적인 드라마다. 중간중간 밝혀지는 주인공들의 충격적인 과거사가 흥미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끊임없이 노래하고 춤추는 뮤지컬에 물린 관객들에게는 ‘스핏파이어 그릴’이 신선한 감동이다. 배우들은 춤도 추지 않고, 과장된 화장이나 의상없이 때론 꺾는 창법으로 울림있는 포크송을 부른다. 민요적 느낌을 주는 노래를 소화하는 배우들의 가창력은 몇몇 주요배역에 한해 의문점이 남는다.
고음에서 시원하게 폭발하는 느낌이 없어 답답하거나, 뮤지컬 배우로 변신하기에는 창법이나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이들이 있었다.
이제 무조건 즐겁고 신나기만 한 브로드웨이나 런던 웨스트엔드의 뮤지컬이 느끼하게 느껴진다면 ‘스핏파이어 그릴’에 들러 보자. 오는 8월5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3만 5000∼4만 5000원.(02)3485-8700.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07-05-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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