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환 논설실장
한나라당의 올드보이 경연이 점입가경이다. 이명박·박근혜 두 대선주자는 원로에 대한 러브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소속 의원 줄세우기 경쟁에 이은 중진·원로의 영입 다툼이다. 두 진영이 ‘친절한 금자씨’에서 클래식 차입의 아이디어를 얻었을까. 캠프의 짜임새를 높이는 일환으로 올드보이 영입에 공을 들이는 것일까. 하지만 당에서조차 탐탁잖게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어떤 이는 “선거가 좋긴 좋은 모양”이라고 비아냥댄다.
빛바랜 사진들이다. 한나라당의 선거 시계가 5년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물론 올드보이라고 무조건 배척할 일이 아니다. 나이만 탓할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병이라도 신선하게 다가오는 인물이어야 감동이 있다. 선거전에 뛰어드는 게 적당한지 의심가는 인물이 적지 않다. 지난 대선에서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은 이도 있다. 지방선거에서 공천헌금을 받아 정계은퇴까지 선언했던 이도 포함됐다. 두 캠프 입장에서 보면 이해 못할 바 아니다. 당내 경선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영입경쟁은 이미지만 흐릴 뿐이다.
한나라당은 정부 인사나 사면때마다 토를 달았다. 사법처리 경력이 있는 친노무현 인사들의 발탁이나 사면을 끊임없이 비판했다. 하지만 지금 한나라당 행태를 보면 의구심이 든다. 집권하면 더 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유권자들과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정파를 떠나 과거지향의 행태로는 선거에서 승리를 담보하기 어렵다. 지난 대선 궤적을 보면 극명하다. 지난 선거는 감성과 스피드가 어느 때보다 돋보였다. 비주류의 노무현은 극적으로 민주당 후보가 됐다. 하지만 시대정신, 어젠다를 선점했다. 개혁과 기득권 타파의 기치였다. 감성이다. 인터넷을 통해 전광석화같이 세몰이를 했다. 스피드다. 감성과 스피드가 맞물려 돌아갔다. 노사모와 노란 저금통이 상징이었다. 한나라당은 어어 하다 당했다. 감성, 스피드 둘 다 따라잡지 못했다.
전전 대선때 DJ는 스스로 나서, 약점이었던 올드보이 이미지를 벗는 데 진력했다. 새로운 피를 받아들였다. 정동영과 임종석, 김민석씨 등 젊은 그룹을 전위로 내세웠다. 올드 패션의 이미지와 약점을 탈색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그러잖아도 수구·보수 이미지의 한나라당이다. 새삼 올드보이 이미지를 덧칠하고 있다. 선거에서 유권자를 끌어들일 감성을 창출할 수 있을까.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이 ‘새로운 정치’를 들고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범여권내 다른 주자들도 기성정치의 부정적 이미지 탈색에 몰두하고 있다. 선거에서 불리할까봐 촛불시위를 차단하고, 인터넷 포털선거 운동을 제한하려 선거법개정에 전전긍긍하는 한나라당 모습이 안쓰럽다. 친절한 금자씨의 ‘항상 얼마나 불행한지’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yunjae@seoul.co.kr
2007-04-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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