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시대] 원산지 규정 제각각

[한·미 FTA 시대] 원산지 규정 제각각

백문일 기자
입력 2007-04-06 00:00
수정 2007-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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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농업만큼이나 치열한 대립각을 세운 분야가 원산지 규정이다. 섬유뿐 아니라 자동차와 개성공단 제품의 원산지 인정 방법을 놓고 막판까지 힘겨루기로 일관했다. 특히 자동차 분야에선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양측이 원하는 방식으로 기준을 정하자는 절충안까지 나왔다.

개성공단 원산지 기준은 품목마다 달라

개성공단 제품은 한반도 비핵화나 남북한 관계의 진전, 노동·환경 기준 등을 감안해 한국산으로 인정해 특혜관세를 부여하기로 합의했다. 특혜관세를 적용하기 위해 충족해야 할 기준으로 한·미 양국은 품목에 따라 ‘세번변경기준’‘부가가치기준’‘주요공정기준’ 등 3가지 원칙을 정했다. 물론 개성공단 제품 이외에도 적용된다.

세번변경기준은 생산된 제품의 세번이 원료와 다르면 된다는 것. 이는 원유를 수입해 정제하면 WTO 기준 세번이 ‘원유(HS2709)’에서 ‘석유(HS2710)’ 등으로 바뀌듯이 개성공단에서 만든 원료나 제품을 한국에서 가공해 미국으로 수출할 때 다른 품목으로 세번이 바뀌면 한국산이 된다는 것이다.

부가가치기준은 개성공단 제품을 사용하더라도 국내에서 45% 이상 부가가치가 발생하면 원산지를 한국산으로 보는 방식이다. 주요공정기준은 부가가치나 세번이 바뀌지 않더라도 제품의 특성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공정이 어디에서 이뤄졌느냐에 따라 원산지를 정하는 것이다. 패션산업에서 재단이 가장 중요하다면 개성공단 원사를 사용해도 한국에서 재단했다면 한국산이 된다.

자동차 원산지는 한·미 양쪽이 원하는 방식으로

미국은 자동차 원산지를 정하는 방식으로 ‘순(純)원가법’을 요구했다. 이 경우 모든 부품의 원가를 단위별로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의 ‘노하우’가 속속들이 드러나게 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전통적 방식인 ‘공제법(build-down)’과 ‘집적법(bulld-up)’으로 맞섰다. 공제법은 외국에서 조달한 부품 등만 최종 가격에서 빼는 것이고, 집적법은 국내에서 조달한 부품만 모아 더하는 방식이다. 두 가지 모두 기업정보가 유출되지 않는다. 양측은 끝까지 버티다 결국 각자 선호하는 방식으로 원산지 기준을 제시하자고 절충했다.

섬유는 원사기준(얀 포워드) 이외에 최소기준 등 적용

섬유 부문에선 외국산 원사를 썼을 때 한국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얀 포워드’ 이외에 직물기준(파이버 포워드)도 일부 제품에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외국산 원부자재의 가격 비율이 10% 미만이면 한국산으로 인정하는 ‘최저기준(de minimis)’도 도입했다.

국내 원부자재가 부족해 불가피하게 외국산 원부자재를 써야 할 경우도 있기 때문에 우리 수출의 10%를 원산지 기준에서 제외하는 ‘예외쿼터’에도 합의했다.

한편 곡물이나 석탄, 고철 등과 같이 국산이나 외국산 구분 없이 대체 사용하는 재료는 ‘먼저 구입한 재료를 먼저 사용했거나(선입선출법)’‘나중에 구입한 재료를 먼저 사용하는 것(후입선출법)’ 등으로 간주해 원산지 판정을 간소화하도록 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2007-04-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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