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람 이야기] 동중정(動中靜)의 여인

[산사람 이야기] 동중정(動中靜)의 여인

입력 2007-03-03 00:00
수정 2007-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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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산악연맹 배경미 상임이사

글 박재곤《산따라 맛따라》 저자, www.sanchonmirak.com

동중정動中靜이라고 했다. 생동감 넘치게 움직이며 활동하는 한 여인, 그 여인이 묵향 가득한 방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앉아 있는 또 다른 한 모습을 한번 상상해 보라. 붓을 잡고 정좌(靜坐)해 있는 그 모습이 참 아름답다. 대한산악연맹 배경미 상임이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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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근대적 의미의 산악운동사는 1930년대에 그 첫 장을 열었고 지금 한국을 대표하는 산악단체, 대한산악연맹의 역사도 40년을 넘겼다. 회갑을 넘기고 고희의 나이마저 넘긴 산악사에 불혹의 나이를 넘긴 산악단체, 이런 역사 이러한 조직 속에서 산악운동은 아직 남성들만의 전유물인 것인 양 여성들의 참여는 미진했었다. 통상 1천만 명 산악인구라 하고 산을 오르는 여성의 숫자는 남성에 뒤지지 않지만, 배경미 이사처럼 걸출한 여성산악인은 흔치 않다. 우선 배경미 이사가 방대한 조직인 대한산악연맹에 여성으로서는 첫번째 이사라는 사실이 이를 잘 대변해 주고 있지 않는가?

배경미 이사는 동적인 활발한 활동에 정적인 정서를 겸비하고 있는 정통파 산악인이다. 낮 시간 자신의 사무실에서 분주하게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일하는 여성이 늘 그러하듯 가정의 대소사와 자녀들을 돌보느라 늘 바쁘다. 여기에 대한산악연맹에서 맡고 있는 학술정보위원장으로 산악연감과 오지탐사대 보고서, 각종 산악 정보수집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그의 일상이다. 그러나 틈이 날 때마다 묵향 가득한 방에 화선지를 펴놓고 서예작품을 그려낸다. 맹렬한 활동의 걸출한 여성산악인에 전국대학미전에서 입상한 서예가 - 그래서 그는 動中靜(동중정)의 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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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는 바위를 타고 해외원정대를 이끌고 장도에 오르기도 하는 배 이사의 또다른 한 면모다. 그리고 그는 오래 전부터 등산전문 월간지에 해외 산악계의 동정을 연재한 경력마저 갖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활발한 활동이 그의 생업은 아니다. 그의 생업은 따로 있다. 남편인 서울특별시 산악연맹 김태삼 이사가 운영하는 ‘(주)푸른여행사’의 이사로 일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캐나다 전문 푸른유학 대표로도 맹활약 중이다. 배 이사는 자신의 인생을 가정과 산, 사업으로 삼등분해서 살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는 것이 없다고 늘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다.

남편을 만나기 전인 1988년,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여성만으로 구성된 한국 맥킨리 여성원정대 대원으로 북미 최고봉인 맥킨리를 등반했다. 신혼여행으로는 일본의 대표적인 산, 북알프스를 등반했다. 남편의 외조(?)에 힘입어 해마다 결혼기념일에는 부부가 함께 해외원정을 떠나기도 한다. 1990년에는 미국 서부의 레이니어 등반, 첫 아이를 낳은 후인 1993년에는 부부가 함께 맥킨리를 다시 등반하기도 했다. 남편을 최고의 친구이자, 클라이밍 파트너, 산선배, 인생의 동반자로 생각하고 섬기며 살고 있다.

배 이사의 여성산악인과 여성후배들을 위하는 사랑은 남다르다. 여성이 전문적인 산악활동을 하며 겪는 여러가지 어려움을 여성산악인들이 함께 공유하며,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주고 또 함께 해결하기 위해 2002년에는 한국여성산악회를 결성했다. 한국여성산악회의 부회장이기도 한 배 이사는 후배 여성산악인들이 해외원정을 가거나 좋은 등반을 하도록 여성산악인만의 등반보고회와 정기적인 여성산악인 모임 등을 주최해 왔다, 원정등반을 떠나는 후배들을 격려하기도 하고, 등반보고회를 통해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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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마흔의 나이 때는 직접 대학산악부 여자후배들로 구성된 맥킨리 원정대 대장을 맡아 후배들에게 등반활동의 장을 열어주기도 했다. 포터도 셀파도 없는 맥킨리 등반에서 허리디스크로 고생도 했지만 슬기롭게 극복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자신의 산에 대한 꿈을 잃지 않고 실천하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는 배 이사를 보고 있노라면 그는 진정한 여성산악인들의 본보기 그 자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길 건너편, 저 먼 곳에는 우리가 펼쳐야 할 꿈이 있다.

배 이사는 오늘 하루도 그 꿈을 펼치기 위해 멀고 험한 길을 분주하게 뛰고 있다.

분주하게 뛰고 있는 그 동(動)의 내면 세계에 내재되어 있는 배 이사의 깊고 깊은 정(靜)이라는 활력소가 이 땅의 수많은 산악인들이 ‘動中靜(동중정)의 여인’ 그를 좋아하고 그를 따르게 하는 요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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