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닮고 싶거나 존경하는 인간을 그리기 마련이다.2005년 8월호 보그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패션 사진가들에게 그들이 존경하는 포토그래퍼를 오마주하는 기획을 한 적이 있다. 오마주는 프랑스어로 존경·경의를 뜻하는 말로 영화에서는 보통 후배 영화인이 선배 영화인의 기술적 재능이나 그 업적에 대한 공덕을 칭찬하여 기리면서 감명깊은 주요 대사나 장면을 본떠 표현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여기선 훌륭한 사진 작품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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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필자가 선택한 포토그래퍼는 피터 린드버그. 항상 황량한 배경에서 드라마가 있는 여자의 모습을 촬영해 온 그의 사진엔 언제나 감상적인 슬픔이 배어 있다. 또한 그의 사진은 경박하지 않고 둔중한 무게감을 준다. 반면 팬터지의 요소도 갖추고 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나의 오마주 대상이다. 아니 내가 가장 닮고 싶은 사진가이다.
그가 언젠가 촬영한 화보를 따라해보기로 했다. 제목은 ‘토털이클립스’. 그의 화보에 등장한 거대한 공을 검은 달로 표현하여 초현실적인 요소를 강조했다. 그가 가장 사랑했던 모델 크리스티 맥매나미.
지금 내 눈앞에는 그녀를 꼭 빼닮은 모델 조하얀이 서 있다. 조하얀은 너무도 아크로바틱한 포즈로 크리스티의 모습을 완벽히 재현했고, 아니 좀더 크리스티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냈고, 광활한 안산의 개펄은 린드버그가 즐기는 사막의 황량한 모습과 색다른 느낌을 전했다.
크리스티의 담배 피우는 모습까지 멋지게 표현된 화보는(린드버그의 사진에는 거의 언제나 담배 피우는 모델이 등장한다.) 보그 편집부의 환호성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완성되었다. 이렇듯 잡지사들은 특별한 주제의 화보를 여러 사진가에게 의뢰하여 사진가들을 괴롭히는 기획하기를 즐긴다. 이로 인해 사진가들은 묘한 경쟁심리를 느끼며 긴장감을 갖고 작업을 하게 되고 이러한 심리는 좋은 작업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다채로운 화보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위 사진은 흑백사진을 선호하는 린드버그처럼(물론 필자도 흑백사진을 좋아한다.) 흑백으로 촬영되었고,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 잿빛 하늘과 하늘에 띄운 공을 검게 리터치해서 일식이 일어나는 상황을 표현하였다.
사진작가
2006-11-1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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