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 <목소리의 무늬> 중에서
한 친구로부터 그의 동네에 가족 없이 혼자 살던 가난한 노총각이 자살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유서에 남겼다는 말이 잊히지 않는다.’너무 외롭다. 술 먹자는 사람은 많아도 밥 먹자는 사람은 없더라.’
이 세상에 자기가 밥을 먹었는지 굶었는지 걱정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 같이 밥을 먹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정말 가슴 휑한 일일 것이다.
사실 누군가와 같이 밥을 먹는다는 건 그리 호락호락한 노릇이 아니다. 때로 먹는 모습은 얼마나 추하며 씹는 소리는 얼마나 상스러운가.
귄터 그라스의 소설 <넙치>를 보면 원시인들은 지금 인류와 정반대로 배설을 함께 하고 먹을 때는 혼자 외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먹이의 안전 확보 때문만이 아니라 식사 행위의 프라이버시 확보를 위해서도 그렇게 했을 것 같다.
대개 친하지 않은 사람과 밥을 먹을 때에는 별 즐거움 없이 짐승처럼 배나 채우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술은 쉽게 같이 마시지만 밥은 쉽게 같이 먹지 않는 것이다.
복이 넘치게도 내게는 맛있는 것을 먹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고마운 일이다. 나는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잘 먹고 맛있는 음식은 더욱 좋아한다. 그래서 내 친구들이 나를 떠올리면, 그 자신은 먹는 걸 별로 즐기지 않아도, 같이 식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떼어놓지 못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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