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로 떠나는 시간여행] (6) 경남 통영 용초도

[오지로 떠나는 시간여행] (6) 경남 통영 용초도

입력 2006-08-11 00:00
수정 2006-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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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앞바다의 수많은 섬 사이를 휘돌아 도착한 한산면 용호리. 영화속에서 아름답게만 묘사되어 있는 용초도는 전쟁포로 수용을 위해 마을 전주민이 강제로 소개(疏開)되고 전쟁당시에는 공산포로, 포로교환 후에는 귀환한 국군포로들이 번갈아 수용되었던 아픔의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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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초도는 한려수도의 비경으로 손꼽히는 비진도와 한산도 사이에 끼여 있다. 용호초등학교는 바다에 바로 맞닿아 있는 작은 분교로서 영화 “국화꽃 향기”의 후반부 비주얼을 장식했던 바로 그곳이다.
용초도는 한려수도의 비경으로 손꼽히는 비진도와 한산도 사이에 끼여 있다. 용호초등학교는 바다에 바로 맞닿아 있는 작은 분교로서 영화 “국화꽃 향기”의 후반부 비주얼을 장식했던 바로 그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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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초도에는 한국전쟁 때 미군과 국군이 주둔하여 설치했던 포로수용소의 흔적이 남아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용초도에는 한국전쟁 때 미군과 국군이 주둔하여 설치했던 포로수용소의 흔적이 남아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지난 3일 전국적으로 장마로 난리를 친 후 찾아간 용초도는 한여름 폭염으로 사람 그림자도 찾을수가 없었다. 부두를 나서자 허름한 포로수용소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희미한 산길을 따라 올라가자 정상에 꽤 넓은 터가 나타났다. 당시 수용자들에게 식수를 공급하던 대형 저수조가 숲에 가려져 있다. 콘크리트로 두껍고 둥글게 만든 저수조는 둘레가 족히 30m는 넘어 보였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저수조에는 지난 역사의 흔적을 말해주듯 나무와 잡풀들이 가득하다.

지금도 간간이 산짐승들이 빠져 죽음을 맞이한단다. 올라왔던 산길 반대편 층계진 곳에 수용소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 있었으나 지금은 폐허가 되어 잡풀에 묶여있다.

마을을 뒤로하고 영화 ‘국화꽃 향기’에서 두 연인의 애절한 사랑을 엮어낸 용호분교를 찾았다. 촬영 당시 배경이 되었던 학교는 태풍 매미가 휩쓸어가고 해변에는 최신시설을 갖춘 현대식 건물이 들어섰다. 학교로 들어서자 웃음이 흘러나왔다. 방학인데 수업을 하느냐고 묻자 2년째 근무중인 김진홍(40) 선생은 “방학이지만 학생들이 도시처럼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원하는 학생은 학교로 매일 등교합니다. 아이들을 보면 텔레비전에서나 나오는 옛날 어린이들이 생각이 나요.”라고 말한다. 학생들이 견문을 넓히기 위해 창원이나 마산에 현장학습을 갈 때면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트를 보고 놀라고 오락실을 보고도 신기해한다고 한다.

이번 겨울에는 스키장에 갈 예정이다. 꼬마들에겐 아직 바다와 모래밭이 친구고 놀이터이고 세상이다.

산새와 바닷새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새벽, 배 가득히 쌓인 다시마를 내리는 정우건(53)씨 부부. 건강이 악화되어 6개월 시한부선언을 받아 30년 객지생활을 마감하고 낙향했다.8년이 지난 지금은 누구보다 건강하고 열심히 살아간다. 도시에서 돈도 많이 벌었었지만 아픈 뒤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낙도에서 나서 자란 그는 “때 묻지 않고 복잡하지 않고 욕심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이 섬에서 여생을 보내겠다.”며 고향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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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만에는 가두리 양식장이 많이 있다. 용초도 주민들의 주수입원인 가두리 양식장에는 참돔, 돌돔 등 고급 어종들이 들어 있다.
한산만에는 가두리 양식장이 많이 있다. 용초도 주민들의 주수입원인 가두리 양식장에는 참돔, 돌돔 등 고급 어종들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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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중에도 김진홍 교사는 놀이터 삼아 학교에 나온 아이들과 공작수업을 하고 있다.
방학중에도 김진홍 교사는 놀이터 삼아 학교에 나온 아이들과 공작수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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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서 시집온 라케나(가운데)가 베트남에서 시집온 이웃들과 정담을 나누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시집온 라케나(가운데)가 베트남에서 시집온 이웃들과 정담을 나누고 있다.


농어촌총각들의 결혼문제는 이 섬도 예외가 아니다. 호두마을에는 6명의 외국인 신부(新婦)들이 있다. 베트남, 파키스탄, 캄보디아에서 온 신부 6명이 가정을 꾸려가며 산다.

결혼생활 2년째인 라케나(22)는 6개월된 딸을 안고 배 타고 나간 남편을 기다리고 있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처음 한달간 햄만 먹었지만 지금은 김치찌개도 잘 만들고 한국음식이 맛있단다. 이웃한 외국인 신부들과 고향 이야기, 아기 이야기로 향수를 달래곤 한다. 일주일에 한번 통영에 나가 한국말을 배우고 노래도 배우는 것이 즐겁단다.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과, 고향을 그리는 사람들이 어울려 넉넉히 살아가는 섬. 아픔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섬을 뒤로하고 이방인은 도회지로 나선다.

글 김명국기자daunso@seou.co.kr
2006-08-1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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