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영화]

[일요영화]

조태성 기자
입력 2006-08-05 00:00
수정 2006-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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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XTM 오후9시50분) 이병헌·김영철 주연,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누아르 액션 역작. 누아르의 본질은 니체식으로 말하자면 운명에 대한 사랑,‘아모르-파티(amor-fati)’다. 운명에 대한 사랑이란 단순히 체념을 뜻하는 게 아니라 내 운명이라면 당당히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어떤 고난이 닥쳤을 때 ‘이게 내 운명이야.’라며 체념하는 것과 ‘이것이 내 운명이라면 나라도 사랑하겠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보스 강 사장의 절대 신임을 받고 있는 냉철한 해결사 선우. 확고한 충성심 덕분에 한 가지 내밀한 지시를 받는다. 숨겨둔 젊은 애인이 바람이 난 것 같은데, 사실이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처단하라는 것. 그러나 선우는 순간적인 판단으로 그녀를 살려주고, 강 사장은 이를 빌미로 외려 선우를 죽이려 든다. 선우는 필사적으로 탈출한 뒤 강 사장은 물론 조직 전체를 상대로 전쟁을 벌인다.

과연 선우는 젊은 애인을 살려주는게 어떤 결과를 낳을지 몰랐을까. 그 젊은 애인을, 강 사장의 의심처럼 사랑해버린 것일까. 아니면 강 사장은 젊은 애인에 비해 늙어버린 자신을 보호할 핑곗거리가 필요했던 것일까. 혹은 조직의 핵심으로 우뚝 서고 있는,2인자치고는 너무도 강인하고 치밀한 선우가 부담스러웠을까.

영화는 도입부에서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은 바람 때문이 아니라 바로 내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이라는 선문답을 던진다.

강 사장과 선우는 서로에게 배신의 이유를 전가하고 있지만, 사실 그 이유는 두 사람 모두의 가슴 속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것이 겉으로 드러난 순간, 어찌됐건 그 자체를 서로에 대한 운명이라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 감각적인 영상의 바탕 위에, 이병헌의 섬세한 연기와 사극에서 검증받은 김영철의 선굵은 연기는 물론 악역으로 나왔던 황정민의 비열한 연기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최고 화제작으로 꼽혔다.120분.

와일드 씽(MGM 밤1시10분) 유명 스타가 없는 데다 스토리 전개까지 복잡해 국내에서는 극장에 걸리지도 못하고 바로 비디오가게로 직행한 영화다. 거꾸로 얘기하면 거품이 없는, 진정한 드라마를 선보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팬들 사이에서는 ‘묻힌 진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거짓 성폭행 사건으로 생긴 거액의 합의금을 두고 벌어지는 두뇌싸움과 반전이 기막힐 정도다. 과연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구인가. 낭중지추란 말처럼, 케빈 베이컨의 호연이 빛난다.1998년작,107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06-08-0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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