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진시영 초단 ○백 허영호 5단
총보(1∼140) 준결승전이라는 중요한 시합이었지만 승부가 너무 일찍 결판났다. 젊으면 두려움을 모르고 패기 넘치는 법이라지만 진시영 초단은 젊다기보다는 어린 소년에 가깝다.89년생이므로 진 초단도 이미 17세이지만 얼굴은 젖살도 채 빠지지 않은 개구쟁이의 이미지가 그득하다. 그런 진초단에게 준결승전이라는 중압감은 너무 컸는지 모른다.
초반 포석은 오히려 진 초단이 앞서 나갔다. 흑17만을 선수하고 손을 빼서 흑19로 협공한 것이나 백36의 공격에 흑37부터 43까지의 반격으로 중앙을 봉쇄한 작전이나 모두 주효해서 비교적 출발이 좋았다.
그런데 초반 포석에서 약간 유리한 것을 너무 일찍부터 안전하게 이기려고 ‘닦기’에 들어간 것이 문제였다. 흑47,49는 이곳만 지키면 이긴다는 생각으로 둔 수였으나 백50,52의 반격을 예상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백의 반격을 당한 뒤에도 냉정을 되찾아서 흑55,57을 잘 뒀다면 실전과 같은 대손해는 입지 않았을 것이다. 이후 74까지 진행되자 바둑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 없어졌다.
아마 이번 패배가 진 초단의 입장에서는 큰 경험이 됐을 것이다. 성장하고 있는 기사에게 한번의 아픈 패배는 큰 가르침이 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진 초단은 5월에 2단으로 승단했고, 최근 6기 오스람코리아배 신예연승최강전 본선에서 파죽의 4연승을 거두며 결선에 진출했다. 두세달 사이에 또 다시 한걸음 발전한 것이다.
한편 허영호 5단은 이 바둑의 승리로 생애 최초로 결승에 진출했다. 비록 이 기전이 모든 기사가 참가하는 본격기전은 아니지만 어쨌든 결승전은 결승전이다. 그리고 요즘 신예기사들이 세다는 사실은 누구나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허 5단이 이 바둑을 이기고 대기실로 나오자 모든 사람들이 축하의 말을 건넨다. 그런다 축하의 말 가운데 뼈 있는 농담이 섞여 있다.‘준우승을 축하한다.’는 것이다. 결승에 올랐지만 상대조인 원성진-강동윤이 모두 강한 기사이므로 누가 올라오든지 너는 결승에서 질 것이라는 얘기이다. 프로기사들 사이에서는 흔한 농담이지만 아마 허 5단은 겉으로는 웃으면서 속으로는 이를 갈았을 것이다.‘결승에서 본 실력을 보여주마!’
(73=54,129=121) 140수 끝, 백 불계승
(제한시간 각 10분, 초읽기 40초 3회, 덤 6집반)
유승엽 withbdk@naver.com
2006-07-1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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