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625)-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8)

儒林(625)-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8)

입력 2006-06-14 00:00
수정 2006-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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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8)


비록 간략하게 ‘집으로 돌아오면 고요한 방안에 책만이 벽에 쌓여있고, 서탁 위에는 분매 한그루가 놓여있다.’고 표현하고 있지만 서탁 위에 놓인 분매 한그루는 바로 두향이가 퇴계를 위해 보내온 정표이니, 퇴계가 ‘비록 옛사람의 대문 안을 들여다보지는 못하지만 스스로 마음속에 느껴지는 즐거움이 결코 얕지 않도다.’라고 도산을 영탄(詠嘆)하는 것은 두향이가 보내온 분매가 뿜어대는 천향(天香) 때문이 아니었을까.

“도대체”

물끄러미 분매를 완상하던 퇴계가 한 곁에 물러서 있던 유생을 쳐다보며 말하였다.

“누가 이 매화를 가져왔더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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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유생이 대답하였다.

“웬 낯선 노인 하나가 선생님께 드릴 물건이 있다면서 걸망에서 꺼냈나이다.”

“그 노인은 어디 있느냐. 이 매분만을 전해주고 떠나버렸느냐.”

“아니옵니다.”

유생은 대답하였다.

“아마도 서당 앞 우물가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나이다. 선생님께오서 매화꽃을 받아보신 후 자신을 부르시면 들어와서 문안인사를 여쭐 것이고, 부르시지 안 사오면 그대로 날이 저물기 전에 서둘러 돌아갈 것이라 하였나이다.”

“그러면 어서 가서 그 노인을 들어오도록 하게나.”

퇴계가 고개를 끄덕이자 유생은 알았다는 듯 물러서며 대답하였다.

“알겠나이다. 가서 노인을 불러 대령토록 하겠나이다.”

유생은 서둘러 완락재를 벗어났다.

그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선생은 서당에서 함께 기거하고 있는 제자들이나 문인을 빼어놓으면 찾아오는 손님을 만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실제로 ‘퇴계언행록’에 보면 제자 김성일은 스승 퇴계가 ‘손님이 찾아오면 손님 앞에서 말을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퇴계가 문인이나 제자들을 제외하고 찾아오는 손님들 앞에서 침묵을 지켰던 것은 오로지 ‘마음을 휘어잡고 이치를 궁구하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퇴계의 이러한 침묵은 마치 화두에 전념하기 위한 불교적 묵언(默言)을 연상시키는 것이었다.

그런 스승께서 남루하기 짝이 없는 낯선 노인을 손님 대접하여 직접 자신의 완락재로 부르고 있음이 아닌가.

과연 노인은 우물가에 앉아 있었다. 노인은 이제라도 먼 길을 떠나려는 채비를 갖추듯 신고 있던 헌 짚신을 버리고 새 짚신으로 갈아 신고 있었다.

“뭐라고 하시던가요.”

유생이 나타나자 노인은 일어서면서 물어 말하였다.

“선생님께오서 잠시 들어오시랍니다.”

순간 노인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내 그럴 줄 알았다 하는 식의 자신만만한 웃음이었다.
2006-06-1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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