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617)-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53)

儒林(617)-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53)

입력 2006-06-02 00:00
수정 2006-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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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53)


그러고 나서 율곡은 ‘퇴계 선생을 곡하다(哭退溪先生)’란 추도시를 지어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다.

“좋은 옥 정한 금처럼 순수한 정기 타고 나시어,

참된 근원은 관민(關)에서 갈려나왔다.

백성들은 위아래로 혜택 입기를 바랐건만,

자신의 행적은 산림에서 홀로 몸을 닦으셨네.

호랑이 떠나고 용도 사라져 사람의 일 변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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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 돌리고 길 열으시니 저서들이 새롭구나.

남쪽 하늘 아득히 저승과 이승이 갈리니,

서해 물가에서 눈물 마르고 창자 끊어집니다.”

만사(輓詞)에 나오는 관민(關)은 각각 관중(關中)과 민중(中)을 가리키는 것으로 송나라의 유학자인 장재(張載)와 주희가 각각 여기에서 거주하였기 때문에 전의되어 장자와 주자를 가리키는 것이다. 이는 스승 퇴계가 바로 장자와 주자의 학통을 이어받았음을 가리키는 것이며, 또한 ‘백성들은 위아래로 혜택입길 바랐건만 자신의 행적은 산림에서 홀로 몸을 닦으셨네.(民希上下同流澤 迹作山林獨善身)’라고 노래함으로써 ‘위기지학’으로서의 스승을 칭송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율곡의 만사는 율곡이 질풍노도의 시절 2박3일의 짧은 만남을 통해 방황의 길을 저버리고 옛 학문의 길로 다시 나아갈 때 퇴계가 내려준 잠언의 내용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인 것이다.

이때 퇴계는 율곡에게 ‘거경궁리’란 유가적 화두를 결택해 주는 한편 ‘소자가 평생 좌우명 삼을 수 있는 잠언(箴言)을 한 말씀 내려주십시오.’하고 율곡이 청원하자 다음과 같은 유명한 잠언을 율곡에게 주었던 것이다.

“마음가짐에 있어서는 속이지 않는 것을 귀하게 여기고

벼슬자리에 올라서는 일을 좋아하기를 경계하라.(持心貴在不欺 立朝當戒喜事)”

이 잠언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퇴계는 유학의 본원을 위기지학인 ‘입언수후(立言垂後)’에 두고 있고, 율곡은 유학의 본령을 ‘위인지학’인 ‘출세행도(出世行道)’에 두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퇴계가 율곡에게 남긴 잠언은 어찌 율곡에게만 국한된 일일 것인가. 그 잠언이야말로 천고에 빛나는 영원불변의 대진리일 것이니.

퇴계가 죽자 율곡은 제문에서 ‘아아, 물어볼 데를 잃고 부모를 잃었도다. 물에 빠져 엉엉 우는 자식을 뉘라서 구해줄 것인가.’하며 슬퍼하는 한편 ‘아아, 슬프도다. 나라의 원로를 잃으니 부모가 돌아가신 것 같고, 용과 호랑이가 망했으며 경성(景星)이 빛을 거두었도다.’라고 탄식하였던 것이다.

이처럼 율곡에게 비친 경성, 퇴계의 상서로운 별빛은 23세 때 율곡이 지은 ‘천도책’의 명문장에서 그대로 이어지고 있음이니, 퇴계야말로 우리나라가 낳은 가장 위대한 사상가이자 참스승인 것이다.
2006-06-0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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