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숙칼럼] 지방선거 바꿔보자

[임영숙칼럼] 지방선거 바꿔보자

입력 2006-05-20 00:00
수정 2006-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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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자들이 출마한다면’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지난 2002년 지방선거 무렵에 쓴 바 있다. 외환위기 이후 직장을 잃은 고급인력들이 출마해 당선된다면 지방자치에 새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를 담은 글이었다.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닌 다양한 인사들이 지방의회에 대거 진출한다면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고 지방자치 수준이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엔 지방의원이 무보수 명예직이었지만 각종 수당 등으로 사실상 보수가 지급되고 있으니 실직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썩히지 말고 도전해 볼 만하다고 권유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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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숙 논설고문
임영숙 논설고문
5·31 지방선거 후보 등록 결과 고학력, 전문직 출신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의원 출마 후보자 가운데 대졸이상 고학력자가 현재보다 두배 가까이 늘었고, 변호사나 의사·약사·언론인 등 전문직 종사자도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여성 후보자 비율은 지난 2002년 선거 때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났다.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닌 다양한 인사들이 출마하기를 바랐던 4년전의 기대가 올해 이루어지는 셈이다. 그런데도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선다.2007년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지닌 이번 선거에 여야는 사생결단식으로 맞서고 있다. 혼탁선거 양상이 벌써부터 보인다. 경찰에 입건된 선거사범이 지난 2002년 지방선거 때에 비해 두배이상이 늘어났다고 한다. 수억원의 공천헌금 의혹들도 불거졌다. 올해 처음 시작된 기초(시·군·구)의원 정당공천제의 문제점도 큰 것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유권자의 무관심이다. 지방선거 투표율은 처음 60%대에서 시작해 50%대,40%대로 계속 떨어져왔는데 올해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후보가 다양해지긴 했지만 아직 주민 관심을 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의 이전투구가 혐오스럽더라도 눈을 부릅뜨고 선거판을 지켜보면서 후보들의 됨됨이와 공약을 꼼꼼히 살펴본 후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는 ‘공자말씀’만으로는 이 문제가 쉽사리 해결될 성싶지 않다.

지방선거를 두번으로 나누어 광역단체장과 광역의회,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선거를 봄 가을에 각각 실시하거나 지방의회 의원들을 2년간의 시차를 두고 절반씩 선출하면 어떨까. 현재의 지방자치 선거제도는 유권자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지방자치 선거는 찍어야 할 후보가 누군지 가려내기도 번거롭다.

더욱이 올해는 선거구제도가 소선거구에서 중선거구로 바뀌고 기초의원 선거에 비례대표제가 도입돼 처음으로 1인 6표제가 실시된다. 공식 선거 관련 자료만도 20∼30장씩 배달될 것이다. 시험공부하듯 후보자를 선별하고 투표장에 가서도 실수가 없도록 조심조심 해야 한다. 결국 사람보다는 기호 몇번인가(어느 정당 소속인가)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지방자치의 기본 정신인 ‘생활행정’‘풀뿌리 민주주의’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를 분리 실시하려면 선거비용과 임기조정 등 문제가 따른다. 그러나 유권자의 투표참여율을 높이고 지방 행정 감시기능의 공백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지방자치 10년이 넘었음에도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지방자치 개선방안은 현실적 어려움을 넘어 찾아 보아야 한다. 국회는 이번 선거가 끝나면 명백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와 지방선거 분리실시를 검토해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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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고문 ysi@seoul.co.kr
2006-05-2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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