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수의 오버헤드킥] ‘탈락의 의미’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탈락의 의미’

입력 2006-05-11 00:00
수정 2006-05-11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축구는 11명이 뛰는 경기다. 그러나 정말 축구는 11명만이 뛰는 경기일까.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한 편의 경기가 펼쳐지기 위해서 봄부터 우짖는 소쩍새는 결코 11마리만이 아니다. 우리가 거실에서 축구를 재미있게 시청하는 그 시간, 수십 명의 방송 기술팀은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생중계의 험난한 강을 건너고 있다.

어디 그들뿐인가. 실제 경기장에서는 해일처럼 밀려드는 함성과 높아만 가는 그라운드의 열기를 그저 귀로만 느껴야 하는 경찰 경비 병력과 안전요원들도 있다.

골이 터질 때마다 힐끗힐끗 전광판을 엿보는 장면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전광판조차 볼 수 없는 구석구석에서 안내를 맡는 아르바이트생들 역시 멀리서 들려오는 함성소리로 그라운드의 장면을 머리속에 그릴 뿐이다.

이렇게 따지면 한 편의 경기를 위해 사실상 수백 명이 경기 관전이나 시청을 포기해야 하는데 바로 이들에 의해 90분 동안의 경기는 온전하게 치러질 수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빼놓을 수 없는 건 바로 후보 선수들이다.11명의 주전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이 훈련을 하고 똑같이 그라운드에 입장해 90분 내내 벤치에 앉아 있다가 나온다. 엔트리 23명 중에는 11명의 주전이 있고 골키퍼를 포함,6명의 대기 선수가 있는데 이들을 제외한 6명은 당일 경기에 이름도 내밀지 못하고 벤치만 지킨다. 안타깝게도 그 23명의 엔트리에조차 들지 못한 인재들이 한 둘이 아니라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으나 어쨌든 축구는 이들에 의해서도 계속될 수 있는 것이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몇 시간 뒤 최종 엔트리 23명을 발표한다. 예상과크게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 두 명 선수의 희비가 교차할 전망이다. 자주 언급되었다가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하게 될 선수도 있을 것이고, 일단 엔트리에는 들었지만 주전으로 뛸 가능성이 낮은 선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그들을 기억하자. 독일의 그라운드를 밟게 될 ‘베스트 11’은 앞으로도 수 백 차례나 이름이 불려질 터이니 오늘만큼은 오히려 탈락한 선수들, 벤치에 앉게 될 선수들, 그리고 가슴아픈 부상으로 월드컵을 포기해야 했던 이들까지 기억하기로 하자. 한 편의 축구를 만들기 위해 이들은 얼마나 귀한 땀방울을 흘렸던가.

그리고 바로 그들의 협력과 선의의 경쟁으로 이날 23명의 ‘베스트 멤버’가 더욱 단련되었으니 우리 오늘만큼은 여기에 들지 못한 그들을 더욱 더 기억해야 할 일이다.

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2006-05-11 1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