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수업 한과목뿐… 교양교수 전락”

“전공수업 한과목뿐… 교양교수 전락”

윤설영 기자
입력 2006-02-27 00:00
수정 2006-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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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대학 독어독문과 이모 교수는 요즘 부쩍 한숨이 잦아졌다. 인문학의 기본이라는 자부심으로 독문학을 선택했고 지금까지 공부해 왔는데 이제는 학생들의 외면은 물론 학교에서조차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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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학년 학생 300여명을 대상으로 전공신청을 받았더니 중문과와 영문과에만 200명 이상이 몰렸다. 독문과를 신청한 학생은 고작 5명뿐이었다. 그것도 이 교수가 애걸복걸해 데려왔다.

“우리 과로 온 5명이 고맙긴 하지만 별로 내켜하지 않던 학생들이어선지 솔직히 정은 덜 가요.1∼4학년 다 합쳐도 20명이 안 되니….”

이번 학기 이 교수가 가르치는 세 과목 중 전공은 한 과목뿐이다. 수강신청한 학생이 없어 전공과목이 줄어들자 학교측에서 서양사 등 교양 두 과목을 배정했다. 이러다 교양교수로 직종전환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교수들의 이런 답답한 사정은 인문학만의 얘기가 아니다.B대학 무역학과의 한모 교수는 올해부터 명함에 ‘무역학과’ 대신 ‘경영학부’라고 새기고 다닌다. 학교에서 경영학과와 무역학과를 경영학부로 통합하는 구조조정을 했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구조조정안을 받아들였지만 손상된 자존심과 무역학과의 사멸에 대한 아쉬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C대학 서어서문학과 고모 교수는 인기학과로만 학생이 몰리는 현상을 현행 학부제의 맹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지금처럼 성적에서 밀려 자기가 원하지 않는 과를 어쩔 수 없이 전공하게 된 학생은 4학년이 돼서도 간단한 문장조차 읽지 못하는 ‘얼치기’로 전락한다.”면서 “소신 지원한 상위권 몇몇 학생들과 다수의 하위권 학생들이 섞여 수업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대 인문대 권두환 학장은 “현재로서는 학부모나 선생님들이 하는 이야기만 듣고 고정관념을 갖고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교수 개개인이 끊임없는 대화와 노력을 통해 인문학의 가치를 알려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2006-02-2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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