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히로인』역 맡은 主婦 「스타」
의자에 파묻혀 대본(臺本)을 읽다가 그걸 무릎위에 놓은 채 잠이 들었던 모양,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주 천천히 눈을 뜨고 나서 거울을 꺼내 얼굴을 만진다. 극단 실험극장(實驗劇場) 사무실 안.연극 대본을 읽다가 잠이 든 한 여배우의 잠과 잠 뒤의 화장은 보는 사람의 마을을 「센티멘털」하게 만들려고 하는 구석이 있다.
주부스타 김혜자.
착하고 남에게 싫은 소리 안하고 안한다기 보다도 천성으로 할 줄을 모르고 성실한 여자라는 것이 연극계의 일반적인 평인데 예컨데 누가 남의 욕을 하면서 『같이 욕하자』는 표정으로 金양을 쳐다보면 『전 몰라요』라는 말 밖에는 못한단다. 그게 의식적으로가 아니라 역시 천성.
金양이 처음 무대에 선 것은 23세 되던 62년 민중극장(民衆劇場) 창립공연으로 올린 『달걀』(페르시앙·마르소作). 경기여고 선배인 권영주(權寧珠)씨의 권유로 무대에 섰다.
『해보라고 해서 그냥 했는데 해보니까 참 좋아서 그냥 계속했어요』
그러니까 연극배우가 되겠다는 굉장, 단단한 결심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냥 또는 절로 절로 그렇게 되었다는 담담하기 짝이 없다 못해 시들해 보이기 까지 하는 어투.
「민중」에서 『국물 있사옵니다』 『토끼와 포수』 『도적들의 무도회』등에 출연했고 자유극장(自由劇場)으로 옮겨 『따라지의 향연』 『피크닉 작전』 『神의 대리인』 『해녀 뭍에 오르다』등에 출연.
실험극장에 오자 『사할린스크의 하늘과 땅』 『상아의 집』 『피가로의 결혼』 등에 출연하면서 그 재능을 평가 받았다. 그 동안 주역을 맡은 연극이 『피크닉 작전』 『사할린스크의 하늘과 땅』 『상아의 집』 『피가로의 결혼』.
제일 애착이 가는 역은 『국물…』에서의 창부(현소희) 역인데 『왜 좋은지 모르지만』 역시 그냥 좋다. 『사할린스크…』의 「도시꼬」역도.
이번의 『유다여 닭이 울기전에』는 두 남자가 한 여자를 서로 팔아 먹는 배신의 「드라마」이자 심층심리의 어떤 진실을 그린 것.
지금까지의 인습적인 연기「테크닉」과는 달리 가령「실망」같은 걸 대사에 의해서가 아니라 발목의 관절이 딱 꺾인다거나 또는 뒤로 나가자빠지는 장면 등이 있는데 그걸 어떻게 해낼지 걱정이라는 이야기.
어떻든 어색·딱딱이라는 때는 거의 완전히 벗어버렸을 뿐만 아니라 맑고 자유분방한 연기를 보는 사람을 삼키기 시작한 김혜자는 자기 자신의 「행동」과 「톤」을 보여주는 타고난 배우라는 느낌.
한편 KBS-TV 1기생으로 들어갔다가 TV출연을 4년간 쉬었고 다시 시작한 것이 재작년. 『무죄』 『탑』 『여고 동창생』 『2백50조』 『역류(逆流)』 『나는 참새올시다』 『잡았네요』 『아홉명이 찾는 여인』등에 출연. 현재는 『그림자』에 출연중이다. 김혜자는 부군 임종찬(林鍾璨·40)씨와의 사이에 1男을 둔 어머니.
『아빠는 밀어주지도 않고 말리지도 않아요. 안하는 걸 속으로 바라고 있겠지만, 말해봤자 들을 것 같지도 않으니까 가만히 있겠죠 뭐. 집에서도 대본을 읽고 있으면 아이가 같이 놀자고 칭얼대요』
제2회 한국 연극·영화예술상 신인상 수상. 주량은 남들 말로는 맥주 1병이고 자신이 말한다면 1「컵」정도.
[ 선데이서울 69년 6/22 제2권 25호 통권 제3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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