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530)-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20)

儒林(530)-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20)

입력 2006-02-01 00:00
수정 2006-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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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20)


그러나 율곡은 노승이 갈긴 한 방망이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웃으면서 크게 할(喝)하여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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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말에 표현이 있으면 그것이 곧 대상의 경계가 되거늘 그것이 어찌 본체라 하겠습니까.”

율곡은 노승이 말하였던 ‘색도 아니고 공도 아닌 것이 진여(眞如)의 본체라오.’라는 말을 붙들고 늘어진 것이었다.

즉 색이니 공이니 진여니 하는 것의 말의 표현은 결국 공허한 말장난의 경계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 율곡의 반격이었다.

그러고 나서 율곡은 직격탄을 날린다.

“…만약 그렇다면 유가의 묘한 것은 말로써 전해질 수 없는데, 불가의 도는 문자의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문자 안에 있다는 것이 되지 않겠습니까.”

율곡의 직격탄은 부처가 남긴 말에서 비롯된다.

어느날 부처는 영산에 앉아서 설법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허공에서 꽃잎이 눈처럼 흩어져 내렸다. 허공에서 흩어져 내린 꽃은 연꽃. 설법도중에 부처는 갑자기 말을 끊고 한 송이 꽃을 주워 들고 가만히 여러 대중들에게 그 꽃을 보일 뿐이었다.

이 장면은 ‘영산회상거염화(靈山會上擧拈花)’라고 하여 이를 흔히 불가에서는 선의 시원점으로 삼고 있다.

그 자리에 모였던 수천의 대중들은 갑작스러운 부처의 침묵과 허공에서 떨어져 내린 꽃 한 송이를 들어올린 부처의 뜻을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해 있었는데, 유독 가섭존자만이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가섭존자의 ‘파안미소(破顔微笑)’를 본 순간 부처는 자신의 가르침이 문자나 교리로가 아닌 마음에서 마음으로 제자에게 전해졌음을 깨닫게 되었으며,8만의 설법으로도 표현해 낼 수 없는 진리, 즉 부처의 마음을 가섭존자가 그대로 이어받았음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뜻이 통한다.’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의 고사성어는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말.

이때 부처는 다음과 같은 수수께끼의 말을 남기는 것이다.

“나에게는 더할 수 없는 바른 진리의 가르침 ‘정법안장(正法眼藏)’과 끝없는 진리의 자유로운 경계 ‘열반묘심(涅槃妙心)’, 모든 것이 있으면서도 또한 모든 것이 없는 불변의 진리인 ‘실상무상(實相無相)’과 오묘한 불법으로 들어가는 깊고 묘한 길 ‘미묘법문(微妙法門)’, 그리고 문자나 경전의 가르침과 같은 글자로 표현될 수 없이 오직 마음과 마음으로 전해지는 오묘한 진리인 ‘불립문자 교외별전(不立文字 敎外別傳)’이 있다.

이를 바로 마하가섭에게 전한다.”

부처의 이 말에서 부처의 가르침 이외에 심법(心法)이 따로 전해지게 되었으며, 이를 최초로 전해받은 사람이 바로 마하가섭.

그러므로 불가에서는 마하가섭을 불조법맥(佛祖法脈)의 제1조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율곡은 바로 이러한 부처의 수수께끼의 말을 인용하여 노승을 향해 결정타를 날린 것이었다.
2006-02-0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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