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은 ‘마음을 바로잡는 공부’는 결코 ‘서두르거나 망령된 생각(妄念)’으로 집착해서는 안 될 것임을 스스로 경계하고 있는데, 이는 주자가 남긴 ‘서두르지도 말고 또한 게으르지도 말아라.’는 말을 인용한 문장인 것이다.
율곡이 남긴 자경문은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제4조 근독(謹獨)
늘 경계하고 두려워하며 홀로 있을 때도 삼가는 생각을 가슴 속에 담고서 유념하여 게을리함이 없다면 일체의 나쁜 생각이 자연히 일어나지 않게 될 것이다. 모든 악은 모두 ‘홀로 있을 때를 삼가지 않음’에서 비롯된다. 홀로 있을 때를 삼간 후라야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시를 읊으면서 돌아온다.’는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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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의 이 말은 공자가 말하였던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혼자 있을 때라도 늘 삼가는 것’, 즉 근독(謹獨)의 말을 인용한 것이었다.‘기수에서 목욕하고 시를 읊으며 돌아온다.’는 말도 논어의 선진편에 나오는 공자와 제자들의 다음과 같은 대화를 인용한 것이었다.
어느 날 공자는 제자들인 자로, 증석, 염유, 공서화 등과 앉아 있었는데, 문득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얼마간 너희보다 나이가 많기는 하지만 상관하지는 말아라. 모두들 노상 자기를 몰라준다 말하는데, 만약 누군가 그대들을 알아봐 준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에 자로가 불쑥 나서서 말하였다.
“천승의 나라가 큰 나라 사이에 끼여 있어 무력에 의한 침략을 당할 수 있고, 기근까지 겹쳐 있더라도 제가 그 나라를 다스리면 3년 안으로 그 나라 사람들을 용감하게 만들고, 또 올바른 길로 인도하겠습니다.”
그러자 공자는 빙그레 웃으며 차례차례 다른 제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에 염유는 ‘사방 60,70리 되는 나라를 제가 다스린다면 3,4년 안에 백성들을 풍족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였고, 공서화 역시 ‘종묘와 제사, 제후의 회합 때에 검은 예복과 예관을 차려입고 작은 일을 도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하고 대답한다.
그러나 증석만은 슬(瑟)을 타면서 악기를 연주하고 있을 뿐이었다. 공자가 침묵을 지키는 증석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때의 장면이 논어에 다음과 같이 나오고 있다.
“‘점(點:증석)아,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증석은 슬을 타던 속도를 늦추다가 마침내 댕그렁- 하고 그치고는 악기를 밀어놓고 일어서서 말하였다.
‘나는 세 사람의 생각과는 다릅니다.’
공자가 다시 물었다.
‘무슨 상관이 있느냐, 각자가 제 의견을 말하는 것인데.’
그러자 증석이 대답하였다.
‘늦은 봄에 봄옷이 다 되면 성인 대여섯 명과 아이들 예닐곱 명과 어울리며 기수 위에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에서 바람을 쐬고 노래를 읊조리며 돌아올 것입니다.’
이에 공자는 깊이 탄식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셨다.
‘나도 점의 편에 서겠다.’”
2005-12-2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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