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나 공기가 돼버린 제도관습을 새삼 고찰해보는 방법에도 참 여러가지가 있다. 서구인들의 최대 명절 크리스마스에 대한 고정관념에 할리우드 스타일로 딴죽을 건 영화가 ‘크리스마스 건너뛰기’(Christmas with the Kranks·9일 개봉)쯤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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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즈음에 온가족이 함께 보면 좋을 이 영화의 장르는 코믹드라마.‘타임 투 킬’‘펠리칸 브리프’‘의뢰인’ 등 법정 스릴러물의 대가 존 그리샴이 드물게 펴낸 순소설이 원작이다.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외동딸이 페루로 떠나버리자 루더(팀 알렌)와 노라(제이미 리 커티스) 부부는 매사에 심드렁하다. 딸이 보고 싶어 시무룩한 아내를 위해 루더가 낸 아이디어가 크리스마스에 크루즈 여행을 떠나자는 것. 크리스마스를 건너뛰자는 제안에 처음엔 펄쩍 뛰던 노라도 조금씩 마음이 바뀌고, 부부는 이내 이웃들 몰래 여행을 떠날 준비에 들어간다.
크리스마스를 건너뛰겠다는 계획을 이웃들에게 쉬쉬하며 진행하는 부부의 해프닝 자체가 우리에겐 완전한 공감을 얻어내긴 어렵다. 하지만 ‘그들’의 생활양식을 인정하고 작품을 감상키로 접어준다면, 별 맺힌 데 없이 무난한 드라마이다. 화면을 온화하게 다듬는 크리스마스 시즌의 고조된 풍경들, 더러 억지스럽기도 하지만 유쾌한 중년부부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들은 소재적 참신함을 십분 살려냈다. 페루에서 새로 사귄 남자친구를 데리고 크리스마스에 집으로 오겠다는 딸의 기별을 갑자기 들은 부부는, 크리스마스를 원래대로 치르기 위해 또 다시 온갖 호들갑을 떠는데….
‘허허실실’ 전략이 꽤 빛나는 드라마라고 할까. 성탄 무드를 담뿍 실은 화면은 체온만큼 따뜻한데, 그 이면의 (‘형식’에 ‘내용’이 눌려버린 크리스마스)제도에 대한 풍자정신은 신랄하다.12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5-12-0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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