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기자의 마라톤 도전기] 42.195km 완주하다

[김성수 기자의 마라톤 도전기] 42.195km 완주하다

김성수 기자
입력 2005-11-14 00:00
수정 2005-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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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그냥 안 뛰고 뛰었다고 하면 되잖아요?”

제가 마라톤 풀코스(42.195㎞)를 뛰고,‘완주기’ 기사까지 써야 한다고 하자, 다른 언론사 후배 중 하나가 이처럼 얘기하더군요. 농담이겠지만 귀가 솔깃한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지난 7월부터 나름대로 연습을 한다고는 했지만, 막상 풀코스를 뛰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요 며칠은 잠도 잘 안오더군요. 어쨌든 날짜는 잡혔고, 불안감을 안은 채 오전 9시 스포츠서울 마라톤대회가 열리는 상암동 월드컵공원에 도착했습니다. 날씨는 왜 그리 꾸물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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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5시간 ‘페이스 메이커’를 따라갈 요량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진부 후배가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맨 앞줄로 나오라고 하는 바람에 엉겁결에 앞에서 뛰게 됐죠.3시간대에 뛰는 분들과 함께. 절대 초반에 오버페이스하지 말라고 건국대 유영훈 코치가 그렇게 강조했는데….5㎞ 통과 시간이 30분이 채 안될 정도로 빨리 달렸더군요. 다행인지, 아니면 그동안 피나는(?) 훈련의 덕인지 10㎞ 지점까지는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달림이’들의 축제

풀코스를 함께 뛴 분들을 보면 70대로 보이는 노인에서부터 벽안의 젊은 외국인 여성까지 각양각색이더군요. 특히 하프코스 1시간45분 페이스메이커를 했던 두 팔이 없는 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프 반환지점을 돌면서 “이제 9㎞밖에 안 남았어요. 힘내세요.”라고 큰 목소리로 러너들을 독려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14㎞ 지점인 이촌동 한강둔치를 지날 때였습니다.“아빠, 파이팅.”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딸아이가 나와서 응원을 해주더군요.

독자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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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기자가 13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스포츠서울마라톤대회에서 42.195㎞의 풀코스를 4시간19분에 완주한 뒤 두 손을 번쩍 들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김성수 기자가 13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스포츠서울마라톤대회에서 42.195㎞의 풀코스를 4시간19분에 완주한 뒤 두 손을 번쩍 들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반환점을 돌아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동작대교 근처 26㎞ 지점을 지날 때였습니다.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어떤 분이 다가와서 말을 붙이더군요.“서울신문 김성수 기자시죠? 16주 프로그램 잘 봤습니다. 저도 그 기사 읽고 오늘 처음 풀코스에 도전하는 겁니다.” 서로 달리면서 인사를 하려니 영 어색하더군요. 게다가 저는 이미 힘이 빠져 말하기도 힘겨웠죠. 하지만 제 기사에 힘을 얻어 도전하는 독자라니 감사했습니다. 그분과는 성산대교 근처 38㎞ 지점까지 같이 뛰었고, 막판에는 그분이 저보다 먼저 골인하셨던 것 같습니다.

마침내 결승선을 끊다

35㎞ 지점부터 오른쪽 무릎이 시큰거리기 시작하더군요.‘걸을까 말까.’하는 갈등이 그때부터 상당 시간 지속됐습니다. 하지만 계속 뛰었습니다. 어차피 완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걷는 것보다 뛰는 게 고통이 빨리 끝날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다행히 무릎통증은 40㎞가 넘어서 사라졌습니다. 감각이 없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골인 지점을 1㎞ 정도 남기고 나타난 오르막길이 마지막 고비였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걷지는 말자.”고 다짐을 하고 천천히 뛰었습니다. 고개를 넘어오니 피니시 라인에 서있는 사진부 후배가 보이더군요.

“자, 최대한 멋지게 들어가야지.”라고 마음 먹었는데 포즈가 안 나왔습니다. 기록은 4시간19분. 완주가 목표였으니까 기록은 별 의미가 없겠지요.

어쨌든 이번 도전기를 하면서 마라톤은 정말 ‘정직한 운동’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흘린 땀만큼 실력을 발휘하게 되니까요. 또 시작할 때 94㎏의 ‘몸치’에 가까웠던 저도 완주를 했고 몸무게도 85㎏으로 줄었습니다. 여러분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당장 가까운 동네 운동장에서 시작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2005-11-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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