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한석규가 근육의 긴장을 완전히 풀고 ‘쉬어간’ 코믹 드라마.29일 개봉하는 ‘미스터 주부퀴즈왕’(제작 폴스타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설명은 이렇게 운을 떼야 할 것 같다.
그가 오랜만에 이미지를 뒤집었다. 아내를 살뜰히 내조하며 살림살이에 탁월한 능력을 자랑하는 명문대 출신의 실직 가장. 키를 낮춘 한석규의 유연한 캐릭터 자체가 감상의 핵심 포인트로 설정된 드라마다.
실업 6년째 집안일을 도맡아온 진만(한석규)은 아파트의 이웃 아줌마들에게 살림 노하우를 귀띔해줄 정도의 베테랑 전업주부다. 능력과 미모를 겸비한 방송국 아나운서인 아내 수희(신은경)를 출근시키고 어린 딸(서신애)을 유치원에 보내고 나면, 한낮엔 이웃집 여자들과 고스톱을 치며 시간을 죽이기 일쑤다.
맏아들에 대한 기대가 유난스러운 보수적인 아버지를 속여가며 전업주부로 살아가는 진만의 ‘실업가장 적응기’를 영화는 한동안 경쾌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흐리멍텅하지 않은 뼈있는 코미디로 자기발언을 하는 것은, 사기당한 곗돈 3000만원을 아내 몰래 장만하기 위해 진만이 주부대상 TV퀴즈프로그램에 도전하면서부터. 통념에 갇힌 가정 속 남녀의 역할을 유쾌한 터치로 환치시키려는 영화에서 진만은 여장을 감행하며 주부퀴즈 대회에 나간다.
순제작비 32억원이 들어간 ‘소품’ 코미디로서 고만고만한 웃음과 해프닝으로 드라마의 틀이 짜맞춰졌다. 이미지 관리에 철저하기로 소문난 한석규가 짙은 화장에 치마, 하이힐 차림으로 주부퀴즈 대회에 나서는 ‘깜짝’ 설정은 코미디물의 요철을 일구는 데 결정적인 몫을 했다. 그의 전복적 이미지에 관객이 반응해 주기를 고대한 흔적은 영화 곳곳에서 노출된다. 연기의 영역을 넓혀 놓겠다는 의도를 담은 배우 한석규의 ‘선언적 작품’으로서는 목적을 달성한 듯싶다.
그러나 예민한 관객에게는 오히려 그 부분이 부담일 수도 있겠다. 한석규의 ‘이미지 깨기’에 사심없이 빠져들기엔 일련의 제스처들이 지나치게 생뚱맞고 갑작스럽기 때문이다.
실업문제, 가정과 사회에서의 성 역할 통념 깨기 등 영화의 기본 메시지는 명료하게 드러났다. 회사 일에 매달린 엄마를 늘 목말라 하는 어린 딸, 가정에 대한 책임과 사회적 성취를 놓고 고민하는 수희, 그런 아내와 딸 사이에서 엉거주춤 안타까운 진만이 엮는 드라마는 무난히 관객의 동의를 얻을 만하다.
하지만 캐릭터나 드라마가 전반적으로 참신한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한발 늦은 ‘타이밍’이 예민한 관객들에겐 김빠지는 흠집일 듯. 인기 TV드라마(‘불량주부’)의 영화버전이냐 싶게 인물구도나 상황전개 등 닮은꼴 외관은 순수한 감상을 방해한다. 후반부 퀴즈결승전 방송에서 진만 가족이 엮는 화해장면들도 관객을 너무 순진하게 봤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기대치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감상의 만족도가 엇갈릴 듯하다.‘한석규의 선택’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진 않아야 할 것. 배우가 쉬어간 영화인 만큼, 편하게 쉬어가는 코믹드라마로 기대수위를 맞춘 관객에게 궁합이 맞을 영화다.‘아라한 장풍대작전’의 각본을 쓴 유선동 감독의 데뷔작.12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그가 오랜만에 이미지를 뒤집었다. 아내를 살뜰히 내조하며 살림살이에 탁월한 능력을 자랑하는 명문대 출신의 실직 가장. 키를 낮춘 한석규의 유연한 캐릭터 자체가 감상의 핵심 포인트로 설정된 드라마다.
실업 6년째 집안일을 도맡아온 진만(한석규)은 아파트의 이웃 아줌마들에게 살림 노하우를 귀띔해줄 정도의 베테랑 전업주부다. 능력과 미모를 겸비한 방송국 아나운서인 아내 수희(신은경)를 출근시키고 어린 딸(서신애)을 유치원에 보내고 나면, 한낮엔 이웃집 여자들과 고스톱을 치며 시간을 죽이기 일쑤다.
맏아들에 대한 기대가 유난스러운 보수적인 아버지를 속여가며 전업주부로 살아가는 진만의 ‘실업가장 적응기’를 영화는 한동안 경쾌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흐리멍텅하지 않은 뼈있는 코미디로 자기발언을 하는 것은, 사기당한 곗돈 3000만원을 아내 몰래 장만하기 위해 진만이 주부대상 TV퀴즈프로그램에 도전하면서부터. 통념에 갇힌 가정 속 남녀의 역할을 유쾌한 터치로 환치시키려는 영화에서 진만은 여장을 감행하며 주부퀴즈 대회에 나간다.
순제작비 32억원이 들어간 ‘소품’ 코미디로서 고만고만한 웃음과 해프닝으로 드라마의 틀이 짜맞춰졌다. 이미지 관리에 철저하기로 소문난 한석규가 짙은 화장에 치마, 하이힐 차림으로 주부퀴즈 대회에 나서는 ‘깜짝’ 설정은 코미디물의 요철을 일구는 데 결정적인 몫을 했다. 그의 전복적 이미지에 관객이 반응해 주기를 고대한 흔적은 영화 곳곳에서 노출된다. 연기의 영역을 넓혀 놓겠다는 의도를 담은 배우 한석규의 ‘선언적 작품’으로서는 목적을 달성한 듯싶다.
그러나 예민한 관객에게는 오히려 그 부분이 부담일 수도 있겠다. 한석규의 ‘이미지 깨기’에 사심없이 빠져들기엔 일련의 제스처들이 지나치게 생뚱맞고 갑작스럽기 때문이다.
실업문제, 가정과 사회에서의 성 역할 통념 깨기 등 영화의 기본 메시지는 명료하게 드러났다. 회사 일에 매달린 엄마를 늘 목말라 하는 어린 딸, 가정에 대한 책임과 사회적 성취를 놓고 고민하는 수희, 그런 아내와 딸 사이에서 엉거주춤 안타까운 진만이 엮는 드라마는 무난히 관객의 동의를 얻을 만하다.
하지만 캐릭터나 드라마가 전반적으로 참신한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한발 늦은 ‘타이밍’이 예민한 관객들에겐 김빠지는 흠집일 듯. 인기 TV드라마(‘불량주부’)의 영화버전이냐 싶게 인물구도나 상황전개 등 닮은꼴 외관은 순수한 감상을 방해한다. 후반부 퀴즈결승전 방송에서 진만 가족이 엮는 화해장면들도 관객을 너무 순진하게 봤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기대치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감상의 만족도가 엇갈릴 듯하다.‘한석규의 선택’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진 않아야 할 것. 배우가 쉬어간 영화인 만큼, 편하게 쉬어가는 코믹드라마로 기대수위를 맞춘 관객에게 궁합이 맞을 영화다.‘아라한 장풍대작전’의 각본을 쓴 유선동 감독의 데뷔작.12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5-09-1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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