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400)-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26)

儒林(400)-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26)

입력 2005-08-01 00:00
수정 2005-08-0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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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26)


제나라의 선왕이 맹자를 빈객으로 맞아들인 것은 환공이 살아있을 때에는 춘추오패(春秋五覇) 중의 하나였던 제나라를 다시 번영시켜 패업을 회복하기를 갈망하였기 때문이었다.

그 무렵 전국시대 때의 상황은 공자가 살았던 춘추시대 때와는 달리 주왕조의 권위는 쇠미해져서 거의 회복할 가능성이 없었으며, 제나라를 비롯한 전국칠웅(戰國七雄)이 패권을 다투고 있었다. 장차 통일천하의 전야(前夜)와 같은 팽팽한 긴장감이 모든 나라를 감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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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왕도정치를 실현하려고 13년 동안이나 열국을 주유하였던 공자 때와는 달리 패도(覇道)정치가 열국의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패도정치는 유가에서 이르는 인의를 무시하고 오직 무력이나 권모술수로써 나라를 다스리고 남의 나라를 힘으로 빼앗아 점령하는 일종의 패권주의였는데, 선왕이 맹자를 반갑게 맞아들인 것은 바로 맹자를 통해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려는 야망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제 선왕이 맹자를 만나자마자 제나라의 환공과 진나라의 문공이 춘추시대 때 어떻게 패업을 이루었는지 물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때 맹자는 다만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중니(仲尼)의 제자들 중에는 환공과 문공에 대해 얘기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후세에 전해진 것이 없으니 신이 아직 듣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만두지 말라고 하신다면 왕도(王道)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맹자의 대답은 선왕의 의중과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었다. 선왕은 패도정치에 대해서 묻고 있는데, 맹자는 인덕을 근본으로 천하를 다스려야 한다는, 공자로부터 이어 내려온 왕도정치에 대해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왕은 실망한 내색을 하지 않고 맹자에게 묻는다.

“덕이 어떠하면 왕도를 실현할 수 있겠는가.”

그러자 맹자는 대답한다.

“백성을 보호하고서 왕도를 실천하면 이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환공과 문공처럼 맹주(盟主)가 되고 싶어 하는 선왕에게 왕도정치의 핵심을 맹자가 아뢰자 마지못해 선왕은 말을 받는다.

“과인과 같은 사람도 백성을 보호하여 왕도를 실천할 수 있겠는가.”

“가능합니다.”

“무슨 이유로 나의 가능함을 아는가.”

맹자는 대답한다.

“일찍이 신은 호흘(胡)에게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왕께서 당상에 앉아계시는데 소를 끌고 당하를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다고 합니다. 왕께서 이를 보시고 ‘소가 어디로 가는가.’물으시자 대답하기를 ‘장차 종(鍾)의 틈에 바르려고 합니다.’ 하였습니다. 왕께서 ‘놓아주어라. 나는 소가 벌벌 떨며 죄 없이 사지로 끌려가는 것을 차마 볼 수 없다.’ 하시니 대답하기를 ‘그렇다면 흔종(鐘)을 폐지하오리까.’하자 ‘어찌 폐지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양으로 바꿔라.’ 하셨다 하니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맹자는 제나라의 신하인 호흘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선왕에게 확인하기 위해서 묻는다.

실제로 그 무렵 흔종을 처음으로 만들었을 때에는 동물을 죽여 그 피를 발라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던 것이다. 이에 선왕이 그 소문이 사실이었다고 대답한다. 그러자 맹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이 마음이 족히 왕도를 실행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백성들은 모두 왕을 인색한 사람으로 여기지만 신은 본래부터 왕께서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2005-08-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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