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슈슈의 모든것’ 외 4편

“팬들께서는 저의 작품을 두가지로 나눠서 부른다고 합니다. 흰색의 이와이와 검은색의 이와이. 흰색의 이와이는 ‘러브레터’‘4월 이야기’‘하나와 앨리스’를 만든 이와이이고, 검은색의 이와이는 이번에 상영되는 작품들을 만든 이와이입니다.”(지 감독이 한국팬들에게 보내온 편지)

이와이 지 감독의 대표작 4편이 지난 23일 시네코아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됐다.‘릴리 슈슈의 모든 것’‘언두’‘피크닉’‘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등이 그들. 감독의 말처럼 지금까지 국내 개봉된 작품들에 비춰보면 낯설 정도로 채도가 낮다.

이들 가운데 팬들의 관심이 가장 많이 쏠릴 작품은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일 듯싶다.10대들의 불안하고도 순수한 사랑을 그린 영화는 2001년작. 릴리 슈슈의 노래를 너무나 사랑하는 열네살 소년의 주변 이야기를 음울한 정서로 빚어낸 청춘 드라마이다.“유작을 고르라고 한다면 이 작품을 선택할 것”이라고 감독 스스로 밝힌 영화는 어둡고 침체된 10대 이야기란 대목에서 일본 현지 상영 당시에도 적잖은 파장을 불렀다.

가상도시에 모여든 일본·중국·홍콩 출신 불법 이주자들을 그린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는 사회적 메시지가 짙다. 세상에서 버림받고 정신병동에 갇힌 세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피크닉’, 사물을 끈으로 묶는 속박증후군에 시달리는 약혼녀와 그녀를 안타깝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남자의 이야기 ‘언두’ 등 4편 모두 독특한 소재와 감상을 안긴다.

어떤 작품에서건 감독 특유의 서정미는 잃지 않았다. 빼어난 영상미에 시간이 갈수록 관객들의 어깨가 나른해질 듯.‘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는 시네코아를 비롯해 메가박스 코엑스, 브로드웨이 등 전국 6개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