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어때?]‘말아톤’…그의 심장도 뛰고 나의 마음도 뛰고

[그 영화 어때?]‘말아톤’…그의 심장도 뛰고 나의 마음도 뛰고

입력 2005-01-27 00:00
수정 2005-01-27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영화 ‘말아톤’(감독 정윤철, 제작 시네라인투)은 관객을 두번 배반한다. 우선 ‘장애인 영화’라는 선입견 때문에 무겁고 우울한 정서를 예상했던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자주 터지는 웃음에 적잖이 당황할 듯싶다.

또, 눈물 펑펑 쏟는 익숙한 결말과 감동을 기대한 관객들에게도 한방 먹인다.‘이건 장애를 이겨낸 인간 승리드라마가 아니라 뒤늦게 소통의 방법에 눈뜬 한 청년의 가능성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라고. 그래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관객들은 훌쩍거리며 손수건을 꺼내기보다는 서서히 가슴 한구석을 데우는 훈기와 입가에 번지는 잔잔한 미소로 영화에 화답하게 된다.

초원(조승우)은 자폐증을 앓는 스무살 청년이다. 얼룩말과 초코파이에 집착하고 아무데서나 방귀를 뀌는가 하면 동생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는 초원은 영락없는 말썽쟁이 다섯살 어린아이의 모습이다.

하지만 달리기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초원의 남다른 능력을 발견한 엄마(김미숙)는 마라톤 완주라는 목표를 초원에게 심어준다. 사회봉사 명령으로 초원의 코치를 떠맡게 된 전직 마라토너 정욱과 엄마의 갈등은 자폐아를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선과 자폐아 가족이 느끼는 현실의 간극을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그러나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후반부에 쏠려있다.‘달리는 게 좋은지 한번 뛰어보고 얘기하라.’는 정욱이나 ‘초원이보다 하루 먼저 죽는 게 소원’이라는 엄마에게 초원은 아프고, 안타깝고, 그래서 세상 끝나는 날까지 돌봐줘야 할 대상이었다. 하지만 초원이 엄마 몰래 춘천 마라톤대회에 출전하는 순간, 그는 자신의 의지로 발언하는 당당한 주체로 부각된다. 코스를 완주하며 햇살과 바람, 길가의 풀잎과 교감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욱 가슴 찡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뚜렷이 드러낸 조승우와 세상 모든 엄마의 모습을 간직한 김미숙의 열연, 그리고 초원의 실제 모델인 배형진씨를 1년 넘게 지켜보며 세밀한 디테일을 잡아낸 감독의 열정이 오롯이 드러나는 영화다.27일 개봉. 전체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5-01-27 2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결혼식 생략? '노웨딩'에 대한 여러분 생각은?
비용 문제 등으로 결혼식을 생략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노웨딩에 대한 여러분은 생각은?
1. 결혼식 굳이 안해도 된다.
2. 결혼식 꼭 해야 한다.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