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형칼럼] 수시 國監으로 바꾸자

[이경형칼럼] 수시 國監으로 바꾸자

입력 2004-10-14 00:00
수정 2004-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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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은 국정감사를 한번 해봐야 금배지의 위력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8대 국회는 1972년 10월 국정감사 도중에 해산되고 말았다.당시 박정희 정권은 국정 수행의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국정감사라고 여겼을 법하다.국정감사권은 그때로부터 15년 후,6·10항쟁의 산물인 제6공화국 헌법에서 비로소 부활된 국회의 소중한 권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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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형  편집제작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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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권은 국정조사권과 함께 국회가 행정부의 권력남용을 방지하고,견제하는 유효한 수단이다.국감은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 추진이나 집행을 감독하고 따지는 것이며,필요시 주무 부처의 책임까지 추궁할 수 있다.또 정기국회가 새해 예산안을 심의하기 앞서 20일간 국정 전반에 관해 소관 상임위별로 국감을 실시토록 국회법이 규정한 것은 예산 심의를 위한 자료 확보에도 그 의의가 있음을 보여준다.

17대 국회 들어 처음 실시하고 있는 국감도 이제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그동안의 국감은 국가기밀 유출,좌파 시각의 교과서 문제,서울시의 행정수도 이전반대 관제데모 시비에 이어 국보법 폐지를 둘러싼 이념 공방,카드 대란의 정부 책임 문제 등을 싸고 여야 간에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을 연출했다.이런 가운데서도 상당수 국회의원들은 모처럼 세비 값을 한다는 좋은 평을 듣기도 했다.

많은 초선 의원들은 지금 심적 갈등을 겪고 있다고 한다.이른바 ‘팀 플레이를 하라.’는 당 지침에 따라 정치 쟁점에 질문 초점을 맞추다 보면 정작 자신이 애써 준비한 정책 제언은 ‘찬밥 신세’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어떤 초선 의원은 석달간 공들여 연구한 학제개혁안을 만들어 심도 높은 질문을 펴려 했으나 ‘친북 교과서 논쟁’으로 빛을 보지 못했고,또 다른 의원도 두 달간 자료수집한 ‘불량 여권 제작’ 문제를 제기했으나 언론조차도 여야 정쟁 보도에 파묻혀 거들떠 보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현행 국정감사 운영의 또 다른 문제점은 피감기관의 수가 너무 많고,이에 따라 감사 시간이 매우 촉박해 형식적인 감사에 그친다는 점이다.15·16대 국회 때 매년 국정감사를 받는 기관은 평균 300개를 상회했고,피감사기관의 평균 실감사시간은 약 4시간이었다.상임위원 전원이 발언을 한다고 할 때,의원별 감사 할당 시간은 3∼6분밖에 안 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국감 경우,피감기관은 17개 상임위에 모두 457개로,국회의원 정수가 늘어난 탓인지 16대에 비해 기관 수도 크게 늘어났다.의원 1명에게 질문·답변을 합해 기껏해야 10여분 내외만 할애된다면 심도 있는 국감은 원천적으로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이러다 보니 어떤 의원은 교육부에 15개 분야 100여개 질문을 책자로 만들어 사전에 전달해 답변을 준비토록 하고 이를 정책자료집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국정감사의 이러한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기국회 시작과 함께 20일간 밀린 숙제하듯이 ‘벼락치기’ 국감을 할 것이 아니라,연중 때때로 해당 상임위별로,혹은 상임위 소위별로 필요한 국정감사를 하는 수시 국정감사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국회 운영이나 국정 감시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또 국정감사가 정치적 의도에 따라 폭로 선정주의에 매달리고,사안의 진실을 규명하는 대신 문제만 던지는 식으로 끝내는 감사행태도 버려야 한다.행정부의 구체적인 시책을 따지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 감사를 꾀하기 위해서도 수시 국정감사제 도입을 국회 개혁,정치개혁 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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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제작 이사 khlee@seoul.co.kr
2004-10-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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