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빈
원빈
#원빈 캐릭터가 가장 도드라지는 첫 영화
하지만 이번 영화는 다르다.‘원빈의 영화’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의 캐릭터가 전반적인 분위기를 이끈다.꽃미남 스타가 아닌 ‘배우 원빈’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쁨이 영화를 보는 즐거움의 전부라고 해도 좋을 만큼.연기에 자신감이 붙어서 이제야 전면에 나선 걸까.“아니요.주인공을 꼭 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그냥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서…”
내성적이라는 소문대로 눈앞에서 말꼬리를 흐리며 수줍게 웃는 그와 달리 ,영화 속 원빈은 말끝마다 욕설을 내뱉는 ‘학교 짱’이다.내성적이며 공부도 잘 하는 형(신하균)과 반대로,발길질도 서슴지 않는 강한 역할로 지금껏 품어왔던 여린 미소년의 티를 확 벗겨내는 것.
하지만 영화를 못 본 관객들은 ‘왜 또 동생을?’이라는 궁금증을 가질 만하다.“‘태극기‘에 이은 동생 역이어서 작품 선택에 고민이 많았습니다.하지만 드라마 ‘꼭지’의 명태 같은 역할을 영화에서 보다 자유롭게 펼쳐보이고 싶었죠.”
겉으로는 삐뚤어졌고 더없이 거칠지만,속내는 깊고 순수한 캐릭터.아마도 원빈이란 배우를 세상에 드러나게 한 배역이라 애착이 더 가는 것일 테다.
그래도 “종현은 ‘꼭지’의 명태와는 또 다른 강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는 캐릭터 연구에 더 골몰했다.강원도 정선에서 2남3녀의 개구쟁이 막내로 자란 그는,그래서 이번 캐릭터가 편하긴 했지만 역시 곱상한 외모가 걸림돌이었다.“외적·내적으로 모두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내적인 모습은 연기로 표현되지만 외적인 얼굴은 바꿀 수 없잖아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머리의 칼자국.“머리에 흉터 하나쯤 있으면 더 캐릭터가 잘 살아날 것 같았죠.” 안권태 감독도 “원빈은 항상 ‘왜’라는 질문을 갖고 캐릭터를 연구하는 배우여서 연기 코치를 전혀 안했다.”고 말할 정도니 그의 연기에 대한 욕심을 알 만하다.
#“나의 연기는 100%가 노력의 산물”
윈빈
윈빈
아직도 개인교습으로 연기지도를 받는다는 그는 “난 아직도 신인”이라고 강조했다.그만큼 그에게는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배우로서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줬다.”는 ‘태극기‘에 이어 “이제는 그 발판을 딛고 일어섰다.”는 ‘우리형’.그리고 또 다음 작품은 어떤 연기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을까.“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정해놓고 미래를 계획하진 않아요.아직 많은 작품에 참여하지 않아서 더 도전할 수 있는 캐릭터가 많다는 게 장점이죠.”
사실 ‘태극기‘에서는 틀에 박힌 연기 탓에 각종 TV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성대모사로 패러디되기도 했다.봤느냐고 슬쩍 물으니 “2번정도 봤는데 재밌었다.”면서 “‘우리형’에서도 그렇게 따라했으면 좋겠다.”는 ‘순진한’대답을 했다.어찌됐든 이번 영화에서는 인정사정 안 봐주는 핏기 선 얼굴,첫 사랑에 설레는 풋풋한 표정,형에 대한 북받치는 감정 표현 등 입체적인 연기로 일취월장했으니 따라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모든 사람이 ‘배우다.’라고 말할 수 있는 배우로 남고싶다.”는 그의 소망대로 이제는 ‘배우 원빈’이라고 불러도 좋을 때가 온 걸까.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충성! 꼭 가겠습니다
배우의 길이라는 긴 마라톤 경주에서 이제 막 첫걸음을 뗀 것 같다지만,그는 몇 걸음을 걷기도 전에 군대라는 큰 벽을 맞았다.온갖 병역비리로 연예계가 얼룩진 때인 만큼 그의 거취가 궁금했다.
“군대는 꼭 가야 된다고 어릴 때부터 생각해왔어요.아쉽고 불안한 마음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담담한 편이에요.그 사회에서 또 다른 나를 쌓아갈 수 있겠죠.”
원빈은 병무청의 입대 영장을 기다리고 있다.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쯤에는 통보가 올 예정.하지만 연기에 한창 물이 오른 때문인지 가능하다면 한 작품 정도 더 참여한 다음에 가고 싶단다.“아직 ‘우리 형’의 일본 프로모션이 남아 있어서 그 사이 다른 작품을 출연할 수 있다면 하고 싶어요.” 그는 군대에 가기 전에 “책도 많이 보고 여행도 하고 운동도 실컷 하고 싶다.”는 평범한 청년다운 소망을 비쳤다.그래도 일단은 ‘푹’쉬고 싶단다.아마도 ‘우리형’의 연기가 만만치 않은 노동이었을 테니.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2004-10-07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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