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그렇구나] 터프걸 강유미

[아하 그렇구나] 터프걸 강유미

입력 2004-09-02 00:00
수정 2004-09-02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마이걸’로 순식간에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KBS 신인 개그우먼 강유미(22).화면 속에서 마냥 늠름해 보였던 그녀는 예상 밖으로 왜소하고 앳된 얼굴이었다.허스키한 음색의 걸걸한 목소리만 아니라면 그녀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다.

이미지 확대
개그콘서트에서 신선한 웃음을 유발하고 있…
개그콘서트에서 신선한 웃음을 유발하고 있… 개그콘서트에서 신선한 웃음을 유발하고 있는 새 코너 '마이걸'의 루키 강유미. 어쩜 역할이 그리도 잘 어울리는지. "독바로 해!자식아!씨~".얼굴도 몸매도 아니지만 남자 앞에서 전혀 꿀리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시원한 폭소가 터진다.
“저를 보고 TV에서 보던 것과 다르다고 하는 분들이 많아요.실제 성격도 좀 소심하고,동기들 사이에서는 가장 여성스럽다는 얘기도 들어요.” 본인 말대로 “지르는 역할”만 주로 하고 있다는 그녀는 “남성스러운 캐릭터가 자신의 유일한 장기”라며 “최대한 살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여중·여고를 나왔는데요,연극반에서 주로 남자 연기를 해왔어요.그래서 남성 연기에는 자신있어요.”

얌전하게 조근조근 얘기하다가도 코미디 연기에 대해서 말이 나오면 표정과 말투를 바꾸면서 즉석 모노 드라마를 펼친다.역시 넘치는 끼는 좀체 감출 수 없나 보다.“연극반 활동하면서 연기에 대해 소질 있다는 말 많이 들었어요.무대에 서면 그냥 ‘저 사람들도 나랑 똑같다.’생각해요.그러면 하나도 떨리지 않거든요.”

‘마이걸’은 온전히 선배 개그맨 김병만의 머릿속에서 나왔다고 한다.KBS2 ‘폭소클럽’의 ‘여자이야기’에서 보스 기질이 다분한 강한 여자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그녀에게 김병만은 딱 맞는 캐릭터를 부여했다.엄경천,강주희와 팀을 이뤄 치른 내부 오디션.반응은 폭발적이었다.“PD님이 진짜 많이 웃으셨어요.” ‘마이걸’이 신선한 소재로 웃음을 얻는 데 성공했지만 시청자들의 기대치가 날로 높아져서 부담감도 크다고 덧붙인다.

지난 4월 개그맨 시험에 합격한 새내기지만 방송 경력은 2002년부터 시작된다.당시 위성방송 KBS코리아에서 방영하던 ‘한반도 유머총집합’이 데뷔 무대.일반인들이 매주 나와 코미디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이었다.“3회 연속 우수상을 받으면 정식 연기자 자격을 준다고 해서 이거다 싶었죠.”

삼성플라자에서 캐셔로 일하며 틈틈이 개그를 준비한 그녀는 눈에 띄는 연기로 우수상을 받았다.부모님과 상의 끝에 결국 직장을 때려 치웠다.어릴 적 꿈을 따라 나서기 위해.그러나 길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개그맨 시험에서의 고배.방황하던 그녀에게 또 한번의 기회가 왔다.‘유머 총집합’을 하며 알게 된 작가가 ‘폭소클럽’으로 가게 되면서 그녀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그리고 그녀는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그녀의 꿈은 홍콩 영화배우 겸 감독인 주성치처럼 되는 것.주성치가 나온 영화는 거의 다 수집했을 정도로 열혈팬이다.주성치처럼 진지한 코미디언,웃기는 연기자가 되기 위해 그녀는 몸과 머리를 하루도 놀리지 않는다.주말도 없이 이어지는 아이디어 회의와 연습에 오히려 즐거운 표정이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개콘 인기짱 마이걸

남자가 느끼한 미소를 띤 채 한 여자를 빤히 쳐다보며 윙크하듯 눈을 여러번 깜빡인다.당황한 여자 부끄럽게 묻는다.“오빠,지금 뭐하는 거예요?” “음….눈으로 얘기하고 있잖아.영원히 사랑하겠다고.”“오빠,저도 사랑해요.” 성취감에 도취된 남자,여자를 안으며 버터가 잘잘 흐르는 목소리로 말한다.“그럼,오빠잖아∼”

용기를 얻은 남자,반대 편에 서 있는,언뜻 봐도 만만찮아 뵈는 인상의 여자에게 간다.애교스럽게 눈을 깜빡이는데 못마땅하게 지켜보던 여자,갑작스레 손을 들어 포크로 스테이크 집 듯 남자의 두 눈을 찌른다.그리고 이어지는 터프한 한마디.“눈 깔아!자식아!팍!” 남자는 동요 ‘곰 세마리’를 부르며 다시금 애교를 떨어보지만 여자는 꿈쩍도 안는다.면박만 줄뿐.“너,또 ‘풀하우스’봤구나?독창적으로 살아!이 자식아!”

지난달부터 KBS 2TV ‘개그콘서트’에 새롭게 등장,회자되고 있는 ‘마이걸’의 한 장면이다.이 코너에서는 단지 외모가 달린다는 이유로 온갖 수모를 감수하던 여주인공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대신 “동시에 두 여자를 사랑한다.”며 대놓고 양다리를 걸치는 남자의 뻔뻔한 짓거리를 손짓 하나,말 한마디로 ‘단칼’에 응징한다.

‘터프걸’ 유미의 출현에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겁다.“신선하다.”는 평가가 주종.사실 남자 하나가 ‘얼굴이 좀 되는’ 여자와 ‘안되는’ 여자를 사이에 두고 여성을 희화화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비슷한 포맷의 SBS ‘웃찾사’에 등장하는 ‘끔찍이 깜찍이’를 보자.여기서 ‘끔찍이’는 못생기고 뚱뚱해서 미안하고 그래서 무시당하고 놀림감이 된다.그러고도 고작 “아∼앙,오빠 너무해.”라며 수동적으로 저항할 뿐이다.웃길지 모르지만 전혀 웃기지 않다.

반면 보무도 당당한 우리의 ‘터프걸’ 유미는 절대 기죽지 않는다.오히려 ‘버터남’을 향해 씩씩하게 소리친다.“독창적으로 살아!성숙하게 살아!성실하게 살아!상대를 봐가면서 해!팍∼!씨∼.” 그녀에게 잘못 걸렸다가는 뼈도 못추릴 것 같다.‘마이걸’의 인기는 익숙해있던 상식을 뒤집은 데서 나온다.‘저 여자가 뭘 믿고 남자에게 저렇게 막 나오나.’시청자들 배꼽을 잡으며 뒤집어진다.한편 여자들은?오랜만에 묵은 체증이 풀린 그녀들,모처럼 편안한 저녁을 먹었다는 후문이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2004-09-02 2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