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구기자의 아테네리포트] 영웅들의 외로운 도전

[이창구기자의 아테네리포트] 영웅들의 외로운 도전

입력 2004-08-20 00:00
수정 2004-08-20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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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남자체조 개인종합 결승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김대은과 양태영은 분명 한국 체조사에 확실한 이정표를 세웠다.

체조에서 개인종합이 무엇인가.바로 ‘체조 황제’를 뽑는 무대이다.마루운동 안마 링 뜀틀 평행봉 철봉 등 6개 종목을 골고루 잘 하는 선수만이 우승할 수 있다.

여홍철과 이주형이라는 세계 최고의 뜀틀 선수와 평행봉 선수는 있었지만 ‘체조의 달인’은 없었기에 두 선수는 더욱 빛났다.개막 이후 썰렁하기만 했던 아테네올림픽 인도어홀도 이날만큼은 3000여명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김대은과 양태영은 2시간 동안 너무나 외로운 경기를 했다.취재기자들을 제외하면 이날 두 선수의 활약을 현장에서 지켜본 한국인은 10명 미만이다.금메달이 확실한 양궁과 유도에서 본 태극기의 물결도 없었다.

선수의 가족으로 여겨지는 사람이 흔드는 태극기 하나가 중국 미국 루마니아 등 체조 강국의 국기 속에서 외로운 섬처럼 눈에 들어왔을 뿐이다.장내 아나운서가 각 종목을 시작할 때마다 두 선수를 멋진 목소리로 소개했지만 박수는 들리지 않았다.

가장 어렵다는 링을 완벽하게 연기했는데도 두 선수는 환호를 받지 못했다.각국 응원단은 야유와 함성으로 자국 선수를 ‘지원사격’했다.심판이 점수를 짜게 줬다고 생각하면 가차없이 야유를 보냈다.선두를 달리던 한국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뜸을 들이면 ‘우-’하는 소리를 질러 압박했다.

시상대에 오른 양태영과 김대은은 관중석 어디를 바라보고 손을 흔들어야 할지 망설이는 듯한 표정이었다.두 선수 중 하나가 금메달을 땄더라면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조용하고 창피한 시상식을 볼 뻔했다.

자랑스러운 두 선수가 외롭게 금메달에 도전할 때 한국선수단의 고위 관계자들은 한 호텔의 리셉션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실한 금메달보다는 ‘의미 있는 도전’에 더 큰 관심과 격려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window2@seoul.co.kr

아테네올림픽 특별취재단

이창구기자(체육부) 김명국차장(사진부) 김태충차장 조병모 위원석기자(이상 스포츠서울 스포츠부) 김용습(〃 사회부) 강영조기자(〃 사진부)
2004-08-20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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