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조흠진(28·한국방송광고공사) 장지선(25·하나은행)

[결혼이야기]조흠진(28·한국방송광고공사) 장지선(25·하나은행)

입력 2004-08-05 00:00
수정 2004-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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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소개팅 할래?” “예? 예.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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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알겠습니다.’라니.그렇게 어정쩡하게 대답한 것으로 봐서 지난해 8월의 나는 아직 누군가를 만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누군가 불쑥 내미는 손을 얼떨결에 잡은 적이 있는가.그 손에 뭐가 들었는지,그 손을 잡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이다.그렇게 선배가 불쑥 내민 손엔 선물이 담겨 있었고 우리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오빠,나 사랑해?”

한참을 머뭇거린다.“뭐야? 안 사랑해?” 이번엔 그냥 씩 웃는다.그러고는 또 한번 망설이다 짧게 대답한다.“사랑해.”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이,“얼마만큼 사랑해?” 또 주저하다,“많이.” 그러면 바로 “나랑 있으니까 행복하지?”라는 질문이 이어진다.“응.”이란 당연한 대답을 기다리기 위해.그러고 보면 정말 세상엔 공짜가 없다.그때 받은 큰 선물의 대가는 매일 이 세 가지 질문에 꼬박꼬박 답을 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빠는 항상 내 곁에 있어 줄 거지?”

영원히 자기편이 돼 달라는 얘기가 아니란 걸 난 안다.결혼을 서둘러야 할 만큼 장인께선 건강이 안 좋으시다.부모는 자식을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했던가.어린 나이에 힘든 일을 겪는 그 사람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내가 건강하겠다는 약속,그리고 아버님의 건강을 비는 것뿐이다.

만난 지 100일째 되는 날도 모르고 지나고,집 앞에서 ‘안녕’ 하고 나면 한 번쯤 뒤돌아봐주길 바라는 내 기대도 무시하고,전화는 드라마 보는 시간을 피해서 해야 하고,드라마 끝나고 전화하면 졸린다고 자자고 말하던 고집불통 깍쟁이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다.내겐 없는 야무진 그 모습들을 존경하기 때문에 나는 그를 사랑한다.집에서든 밖에서든 열심히,똑소리 나게 일하는 모습들도 사랑스럽다.

지선아 사랑해.그리고 내가 쉽게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는 건 조금이라도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야.“많이.”라는 말보다 더 네 마음을 크게 충족시켜줄 수 있는 말을 찾게 되면 조금 더 빨리 대답할게.우리 잘 살자.잘 살 거고,잘 살아야지.
2004-08-05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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