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한 뒤에는 제나라의 임금을 섬겼는데 임금이 교만하고 사치하여 어진 선비들을 놓침으로써 신하로서의 절조(節操)를 완수하지 못하였으니,이것이 둘째 실책입니다.또한 나는 평생 친구들을 돈후(敦厚)하게 사귀었으나 지금은 모두 떨어져 나갔으니,이것이 세 번째 실책인 것입니다.’
그리고 구오자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긴다.
‘나무는 고요히 있고자 하여도 바람이 멈추지 않고,자식은 부모님을 부양하려 하나 부모님이 기다려주지 않습니다.(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
구오자는 긴 한숨을 내쉬면서 말을 이었다.
“가버리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이 세월이며,다시 뵈올 수 없는 것이 부모입니다.”
말을 마친 구오자는 강물 속으로 들어가 몸을 던져 죽었다.이를 본 후 공자가 말하였다.
“너희들 잘 기억해 두어라.이것은 교훈이 될 만한 일이다.”
기록에 의하면 공자의 말을 듣고 제자들 중에 스승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를 부양하였던 사람이 13명이나 되었다고 하는데 공자의 이런 태도는 기독교의 교주인 예수의 태도와 정반대로 불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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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에 의하면 제자 중의 한 사람이 예수에게 와서 ‘먼저 집에 가서 아버지 장례를 치르게 하여주십시오.’하고 청하자 예수는 ‘죽은 자들의 장례는 죽은 자들에게 맡겨두고 너는 나를 따르라.’하고 대답한다.마찬가지로 불교에 있어 최고의 선승이었던 당나라의 조주는 장례식에서 죽은 관을 좇아가는 일행을 향해 ‘한 사람의 산사람을 수많은 죽은 사람들이 좇아가고 있구나.’하고 빈정댐으로써 구도에 있어 걸림돌은 인연에 얽매이는 것과 효와 같은 사사로운 집착이며,오로지 구할 것은 진리뿐임을 강조하고 있음에 반해 공자는 ‘부모를 봉양하는 것은 자식으로서의 마땅한 도리’라고 교훈을 내리고 자신의 제자들이 학문의 길을 버리고 13명이나 고향으로 떠나는 것을 기꺼이 허락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예수는 ‘집안 식구가 바로 자기 원수’이며,‘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라고 단언하고 있음에 반해 공자는 부모에 대한 효(孝)야말로 인(仁)에 이르는 근본이라는 가르침으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효도와 우애는 인을 이룩하는 근본인 것이다.(孝弟也者其爲仁之本與)”
먼 훗날 어떤 사람이 공자에게 ‘선생님께서는 왜 정치를 하지 않습니까?’하고 묻자 공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을 정도였다.
“‘서경’에 말하기를 ‘효도하라.오로지 효도하고 형제에게 우애로움으로써 그것을 시정(施政)에 반영시켜라.’하였소.이것도 정치를 하는 일이거늘 어찌 따로 정치를 할 것이 있겠소.” 공자가 남긴 풍수지탄(風樹之嘆)은 그로부터 800년 뒤 도연명(陶淵明)에 의해서 명시로 부활된다.‘가버리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이 세월’이란 구오자의 말을 인용하여 도연명은 그가 남긴 불후의 명작인 ‘귀거래사’에서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歲月不待人)’는 문장으로 다음과 같이 읊고 있다.
“인생은 뿌리도 꼭지도 없이 정처 없는 길가의 티끌과 같다/바람 따라 흩어져 날아가니 일정한 몸 있다고 할 수 없다/땅위에 떨어져 형제가 되니 어찌 피를 나눈 사이뿐이랴/즐길 기회가 있으면 즐길 일이니 말술을 마련해 이웃을 모으리/젊음은 다시 오는 일이 없고 하루에 두 번 아침은 없는 법이니/이때를 맞아서 힘쓰라,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으니.”
2004-06-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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