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 이혼클리닉] 때린 뒤 용서 비는 남편 어떻게 할까요

[김영희 이혼클리닉] 때린 뒤 용서 비는 남편 어떻게 할까요

입력 2004-06-02 00:00
수정 2004-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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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초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결혼 6년차 여성입니다.남편은 때린 뒤 잘못했다고 싹싹 빕니다.아이들이 어려 아빠의 폭력을 모르고 있어 다행이지만,저는 너무나 무섭습니다.지금까진 정 때문에 살았지만 더는 못 참겠어요.어쩌면 좋을까요?

-김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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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희씨.최근 보건복지부가 전국의 부녀상담소 이용자 7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남편으로부터 신체적·정신적 폭력을 당한 경우가 61.1%로 나타났다고 합니다.폭력 남편의 74%가 결혼 1년 내에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한다고 하는데 그 순서를 살펴보면 남편이 술을 마셨을 때가 가장 많고 말대꾸를 할 때,남편 기분에 따라서,남편 외도문제가 제기될 때,성적 욕구에 응하지 않을 때,살림을 못한다,시댁식구에게 잘못 한다,자녀교육을 잘못 한다 등이 이유라고 합니다.

전통적인 아내 역할을 강요하는 가부장적 권위의식을 유지하려는 통제수단으로 상당수의 남편들이 폭력을 쓰고 있는데 폭력의 정도가 아주 심한 경우가 많아서 우리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아주 비열하고도 비인간적인 행위인데도 술 마시고 아내를 폭행하는 것이 마치 남편의 특권인 양 착각을 하고 있는 못난 남편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정폭력은 시간이 갈수록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며 지속적인 폭력으로 신체적 손상은 물론이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등 정신질환을 앓게 되는데 매 맞는 아내들은 폭력에 대한 불안·초조·공포심으로 심한 무력감에 빠져서 탈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자포자기를 하게 된다고 합니다.폭력 남편들은 아내에게 공포 분위기를 만들어 외출은 물론이고 이웃이나 친지,친구들과의 교류나 사회적 활동을 못하게 하며 항상 다른 남자와의 관계를 의심하고 자신의 폭력에 대한 책임을 아내가 폭력을 사용하게끔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그 원인을 아내 탓으로 돌린다고 합니다.

송희씨.남편은 손찌검을 한 다음날 아침엔 “기억이 없다.미안하다.다시는 때리지 않겠다.사랑 한다.”고 싹싹 빌며 다독여 준다는데 이 같은 행동은 아내를 폭행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행위랍니다.아침에 빌고,그 날 밤 또 때리고….가정폭력은 습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받아들이지 말고 적극적인 대처를 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어려서 모르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매 맞는 엄마를 보며 불안과 공포를 느끼지만 그 표현을 못할 뿐이지요.폭력가정에서 자란 대부분의 자녀들은 성인이 되면 여자인 경우 남자를 공포와 증오의 대상으로 생각하게 되고,남자인 경우 아버지의 폭력을 싫어하면서도 잠재적으로 닮는다고 해서 폭력은 ‘대물림’이라고들 합니다.“애들 봐서 참고 산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어떤 경우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에 이혼법정에서도 가정폭력을 신중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은 술만 먹으면 아내에게 지나친 가혹행위를 해서 술을 끊고 아내를 폭행하지 않으려고 애를 써봤지만 도저히 자제가 되지 않자 어느 날 산에 올라가 자신의 손을 잘라 버리려고까지 했는데 차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아 실컷 울고만 왔다고 하더군요.몇 십년이 지나 이제 인생의 황혼에 접어든 그분은 아직도 버릇을 못 고치고 아내를 괴롭히고 있는데 주변으로부터 사람 대접을 못 받아 외톨이 인생을 살고 있고,모진 세월을 참고 견뎌온 아내는 때늦은 후회를 하고 있답니다.

송희씨.남편의 폭력이 더욱 심해 질수 있으며 잘못했다고 싹싹 비는 것도 오래가지 않을 겁니다.남편은 시간이 지날수록 미안한 마음 조차 갖지 않게 되고,당신도 지치다 보면 말 꺼내기가 싫게 되어 두 사람은 타인처럼 살거나 마치 원수끼리 한 지붕 아래서 사는 것과 같은 사이가 될 수 있습니다.더 늦기 전에 남편이 정신과 치료를 받아 건강한 삶을 살도록 하세요.지금 병을 고치지 못한다면 남편은 결국 폐인이 될 수밖에 없고,당신도 후회만 남은 인생을 살게 될 터이니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것입니다.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2004-06-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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