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 이혼클리닉] ‘전처 딸 결혼식 참석’ 아내가 반대해요

[김영희 이혼클리닉] ‘전처 딸 결혼식 참석’ 아내가 반대해요

김성호 기자 기자
입력 2004-04-28 00:00
수정 2004-04-28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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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한 남자입니다.현재 아내와 마음이 맞아서 사이좋게 살고 있습니다.그러나 요즘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의 결혼 문제로 많이 다툽니다.재혼한 아내는 질투가 심한 편이라 결혼식장에서 제가 전 부인과 나란히 앉은 모습을 죽어도 볼 수 없다고 합니다.어쩌면 좋을까요?

최성수


최성수씨,초혼보다 몇곱절 어려운 게 재혼이라고 합니다.재혼은 초혼과 달리 상처받은 사람끼리의 결합이기 때문에 상대가 살아온 지난날을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며 마음의 상처를 감싸안으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젊은 사람들처럼 사랑에 들뜬 열정만으로 맺어질 수 없는 것이 재혼이지요.과거가 있는 사람들이 만났기에 더욱 신뢰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사랑만 갖고 시작한다면 ‘모래 위에 쌓은 성’같이 언젠가는 무너지고 맙니다.

제 여고동창 중 재혼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 사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당시 친구 나이가 39살이었는데,피치 못할 사정으로 이혼을 했습니다.재혼한 남편에게는 아이가 넷이나 있었고 남편은 국제선 조종사였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초등학교 1학년에서 중학생까지 올망졸망한 의붓자식 넷을,제가 낳은 친자식보다 더 지극 정성으로 키우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이 감탄했습니다.

친구들과 잠시 만날 일이 있어도 애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 되면 허겁지겁 집으로 달려갔습니다.집안 일을 맡아 해주는 아주머니가 있어서 조금 늦게 가도 아이들에게 큰 지장없겠다 싶은데도 “애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내가 없으면 밥도 먹지 않고 기다리니 가봐야겠다.다음 모임은 우리집에서 하자.내가 한턱 낼게.그때 실컷 놀자.정말 미안해.”하곤 자리를 떴습니다.방학 때가 되면 아이들을 생모에게 며칠씩 보내곤 했는데 갈 때마다 선물을 꼭꼭 챙겨 보냈습니다.

20여년이 넘은 지금 결혼한 두 딸이 가끔씩 저를 찾아오는데 “저희도 애 낳고 살아 보니 어머니 힘드셨던 걸 이제야 알 것 같아요.배 아파 낳은 자식도 아닌 4남매를 친자식 이상으로 키워주신 그 은혜는 갚아도,갚아도 모자랄 것 같아요.사춘기 때 막내가 어머니 속을 무척 많이 썩여드렸는데도 항상 감싸주시고 아버지 몰래 혼자 우시는 것을 많이 봤어요.”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그 친구는 지금 미국 LA 산타모니카에 있는 막내아들 집에서 남편과 함께 아주 행복한 노후를 살고 있는데 남편과 의붓 자식에 대한 이해와 배려,인내와 사랑이 내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뿌린 만큼 거둔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성수씨,딸이 곧 결혼하는데 당신과 전 부인이 나란히 부모석에 앉아 식을 치르는 것을 재혼한 부인이 절대로 받아 들일 수 없다고 한다니 난감한 일이네요.아버지가 딸 결혼식에 갈 수도,안 갈 수도 없는 딱한 처지여서 제게 ‘솔로몬의 지혜’로 해결할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어 왔는데,솔로몬의 지혜는 상식 속에 있습니다.

재혼한 아내가 반대한다고 결혼식에서 아버지의 자리를 지키지 않는다면 딸에게 두 번씩이나 큰 상처를 주게 됩니다.전 부인과 어떤 이유로 이혼을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만 부모의 이혼으로 그동안 딸이 받았을 고통을 헤아린다면,이제 성인이 되어 인생을 새 출발하려는 딸의 앞날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게 아버지의 도리일 것 같습니다.

부부는 갈라서면 남이 되지만 핏줄로 맺어진 자식은 남이 될 수 없지요.부모와 자식은 천륜으로 맺어졌기 때문입니다.헤어진 부인과 나란히 앉아 결혼식을 치를 두 사람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남편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부인이 질투가 많은 편이라지만 딸이 질투의 대상이 될 수 없지요.부인도 자식을 낳아 본 어머니라면 남편의 입장을 이해해줘야 할 것입니다.사랑은 소유나 집착을 해서는 안 되고 진실된 마음으로 뿌리를 내려야만 오래갑니다.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2004-04-28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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