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의 세상보기] 지옥인 서울 천당 만들기

[조정래의 세상보기] 지옥인 서울 천당 만들기

입력 2004-04-26 00:00
수정 2004-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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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적인 인구밀집·켜켜이 쌓인 매연·무차별 난개발로 묘사되는 거대지옥. 그런데 한술더떠 서울시는 도심건축물의 높이제한까지 풀어주려 한다.

“엄마,별이 뭐야?”

며칠 전에 그림책을 펴놓고 별을 가르쳐 주었는데도 유치원에 다니는 딸아이는 이렇게 물었다.엄마는 자기 아이가 둔하거나 명민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짜증으로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그러나,딸과 함께 올려다본 밤하늘에는 별이 없었다.놀라고 당황한 엄마는 눈을 크게크게 떴다.그제서야 한두 개의 별빛이 마지못한 듯 흐릿하게 깜박거렸다.엄마는,하늘이 처져내릴 지경으로 무수한 별들이 명멸하고 있는 아름다움은 20여년 전의 고향 기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리고,하늘을 쳐다보지 않고 너무 오래 무심하게 살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서울 하늘에서 별이 안 보이게 된 것은 이미 10년도 넘었다.대기가 매연가스로 오염되었기 때문이다.얼마 전에 세계적인 대도시들 중에서 대기 오염으로 공해가 가장 심한 곳으로 단연 서울이 꼽혔다.광적인 인구밀집의 불균형과 함께 서울이 누리는 또 하나의 영광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전국토의 0.1% 면적에 전체 인구의 4분의1인 1300여만명이 와글와글 몰려 산다.이것이 서울이다.그러니 자동차들은 얼마나 많이 뒤엉키며,쉴 새 없이 뿜어대는 매연은 또 얼마일 것인가.그 매연이 켜켜이 쌓이고 쌓여 별이 안 보이게 하늘을 가리고 말았다.누구든지 남한산성 같은 데 올라가 서울 쪽을 한번 바라보라.일년 사시장철 불그죽죽한 공해띠가 서울하늘을 드넓게 뒤덮고 있다.그 검붉은 공해띠는 별만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다.사람의 숨쉬기에 치명타를 가한다.영국 의사의 연구에 의하면 담배연기보다 10배 해로운 것이 대도시의 매연 가스다.그래서 담배를 입에 물어본 일이라고는 없는 30대 여성이 폐암으로 죽어가고 있다.그런 서울은 지옥이다.

서울의 난개발은 또 하나 세계적인 명성감이다.특히 도심의 난개발은 무질서의 극치이고,비문화의 상징이다.어느 세계적인 건축가는 ‘이건 도시가 아니라 시멘트 콘크리트 정글이다.’라고 했다.

미국이 자랑해 마지않는 뉴욕을 보고 미국을 경멸해버렸던 사르트르가 서울을 보았더라면 뭐라고 했을까.그러나 서울의 난개발은 우리만의 슬픈 사연이 없는 것도 아니다.다급한 경제 건설,숨가쁜 산업화,인구의 도시 집중,걷잡을 수 없는 도시 팽창,이 피치 못할 과정 속에서 서울은 불구가 될 수밖에 없었다.그 불구성을 치유하는 것이 서울도 살리고,나라도 살리는 것이라는 사실에 누구나 동의하고 있다.그리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인구를 줄이는 것이라는 점도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런데,서울시가 도심 건축물의 높이 제한을 해제할 것이라고 한다.왜냐하면 ‘도심의 공동화’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란다.서울시가 정신이 제대로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도심의 건축물 고도 제한을 푸는 것은 난개발의 난개발을 부추기는 것이고,지옥의 지옥을 촉진시키는 망발이다.서울을 그나마 사람 사는 도시로 바꾸어 가려면 지금 도심에 들어찬 건물들을 모두 10층 이하로 낮춰야 한다.그러지는 못할망정 높이 제한을 풀다니,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마치 마술을 부린 것처럼 3·1고가도로가 사라져 버렸을 때 시민들 모두가 환호했던 것은 ‘인간다운 도시’ 서울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 때문이었다.맑은 물이 흐르고 가로수 숲이 무성한 청계천 길을 걷고,차를 한잔 마시는 것,그건 얼마나 아름답고 풍요로운 일인가.도시도 살리고 사람도 살리는 일 아닌가.그리고,미 8군이 이전해가는 용산의 땅에 숲이 울창한 시민공원을 조성하겠다고 했을 때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고 박수를 보냈던 것은 서울을 인간다운 도시로 살려내고자 하는 시민들의 염원이 뭉쳐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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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잘 가던 길에서 왜 역행을 하려 하는가.지금도 벌써 부분부분 남산이 가리고,북한산이 가리고,도봉산 줄기가 가린다.우리가 애써서 살려고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살기 위함이다.이 나라의 상징이기도 한 서울을 인간답게 만드는 길은 확대가 아니라 축소이며,자연 회복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2004-04-26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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