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좋은 신앙을 소유한 여자였으면 좋겠어.그리고 예쁘고,귀엽고,애교많고,날씬하고,요리 잘하고,밝고,건강하고,지혜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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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하는 나에게 사람들은 “너 장가 가기 힘들겠다.”고 말하곤 했다.사실 나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가 정말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지 잘 몰랐다.호감 가는 사람이 있어 유심히 관찰해보면 뭔가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그런데 수연씨를 만나고서 나의 이상형은 예쁘고 귀엽고 등등의 좋은 조건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 김수연 그 자체라는 사실을 알았다.사람들은 이런 경우를 두고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고 말하나 보다.
작년 여름 모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준비해야 할 일이 있었기에 교회 수련회에 갈까 말까 많이 망설였다.고민 끝에 수련회가 재충전의 시간이 될 거라 기대하고 교회 버스에 올랐다.목적지로 가는 도중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당시 청년회 회장이던 후배를 찾아갔고,그 후배 옆에 있던 수연씨와 게임을 하게 됐다. 그것이 계기가 돼 수련회가 끝난 뒤 문자메시지와 전화를 주고받고 만나서 함께 식사하면서 수연씨에 관해 하나씩 알아갔다.시간이 많지 않아 주로 함께 식사하고 근처 공원을 산책하는 것이 우리의 데이트였다.
그러던 어느날,공원 호숫가의 벤치에 앉아서 수연씨의 눈을 바라보며 프러포즈를 했다.일주일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대답을 들은 뒤 기다리는 시간은 참 길게 느껴졌지만 걱정하진 않았다.수연씨의 눈에서 이미 사랑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일주일 뒤 우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다. 수연씨는 내 삶의 최고 축복이다.하지만 나무가 클수록 땅속에 감춰져 있는 뿌리 또한 깊듯이 사랑이 깊어질수록 그리움과 아픔도 커진다는 것을 알았다.사랑하니 더 그립고 사랑하는 사람이 아파할 때 나 또한 깊은 아픔을 경험했다.이제 진정한 사랑은 행복뿐 아니라 고통도 함께 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겠다.˝
2004-04-23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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