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기의 스크린1인치] 영화속 건축가는 외로워

[이경기의 스크린1인치] 영화속 건축가는 외로워

입력 2004-04-16 00:00
수정 2004-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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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앉죠.” “그래요.”

“혹시 당신의 직업은 건축가?”

“아뇨! 전 고기를 상대하죠.그래서 손에서 냄새가 나요!”

현재 상영중인 로맨틱 코미디 ‘첫 키스만 50번째’의 대사의 일부다.

하와이 해양 동물원에서 수의사로 일하고 있는 헨리(애덤 샌들러).하와이로 휴양온 여러 여자들을 유혹해 소일하고 있다.그는 그러나 돈을 모아 알래스카로 이주해 해마를 연구하면서 노년을 보내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여성을 단순한 유흥 대상으로 여겼던 그는 어느날 레스토랑에서 와플로 집을 짓고 있는 미술 교사 루시(드루 배리모어)를 만나자 사랑을 느끼게 된다.환심을 사기 위해 합석을 요구했을 때 그녀는 그에게 건축가가 아니냐고 묻는다.

1980년 이후 할리우드에서 공개되고 있는 작품속에서 남자들의 직업 분포도를 보면 건축가로 설정된 영화들이 의외로 많다.많은 직종 가운데 건축가가 많이 등장하는 이유는 뭘까.영화 전문지 ‘프리미어’는 인간의 삶에서 건물의 조화가 중요한 덕목이듯 건축가는 인간 관계의 원활한 교분을 이어주는 대표적인 직업으로 평가하고 있다.번잡스러운 도시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는 일종의 정서적 위안을 제공하는 직업이라는 것이다.건축가들이 영화속 주인공으로 자주 선택되는 이유다.반면 뉴스위크 칼럼니스트 제니퍼 바렛은 다르게 접근한다.건축가들은 마천루로 상징되는 미국의 물질 문명을 조성하는데 절대적인 기여를 한 주역이다.그렇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조물주의 분노를 일으켜 거대한 바벨탑이 일순간 잿더미로 변한 것처럼 인간이 만들어낸 조형물들이 어느 순간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이 때문에 영화속에 묘사되고 있는 건축가들은 외형적인 성공을 했지만 내면적으로는 사랑에 실패하고 늘상 안주하지 못하는 방랑자역으로 단골 묘사되고 있다는 이색 진단을 내놓고 있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1993년)에서 조강지처를 잃은 뒤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는 홀아비 건축가 샘(톰 행크스)은 자격지심으로 여성들과의 사교 모임을 꺼리는 소심한 중년 남자로 일상을 보내고 있다.어느날 라디오 프로를 통해 아빠를 위한 새 엄마를 구한다는 아들의 편지 사연이 계기가 돼 미모의 신문 여기자 애니(멕 라이언)를 새로운 반려자로 맞이한다는 동화 같은 내용을 묘사했다.

피터 웨어 감독의 ‘피어리스’(1993년)에서는 실력을 인정 받고 있는 건축가 막스(제프 브리지스)가 비행기 추락 사고 와중에 극적으로 생존한 뒤 정신적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충을 겪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아내 다이애나(데미 무어)는 부동산 중개업자,남편 데이비드(우디 하렐슨)는 건축가.맞벌이 부부는 극심한 불황으로 소득이 격감하자 매월 지불해야 될 여러 세금을 상환하기 위해 카지노에서 도박을 시도한다.하지만 갖고 있던 현금 재산을 거의 날리게 된 이들 부부는 난감해 한다.

이런 위급한 때 백만장자 신사 존(로버트 레드퍼드)은 데이비드에게 아내를 하룻밤만 대여해 주면 100만달러를 지불하겠다는 제의를 하자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지만 데이트를 끝내고 돌아온 아내의 행적을 끈질기게 추궁하면서 부부 사이가 위기를 맞게 된다.몇 가지 사례에서 엿볼 수 있듯이 영화속 건축가들은 외면적으로는 합리적인 성품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괴팍하고 복잡한 사생활을 유지하고 있거나 사랑에 실패하거나 결혼 생활이 원만하지 못한 인물로 단골 묘사되고 있다.˝
2004-04-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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