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완의 생생러브] ‘해결사’ 좋아하다…

[조성완의 생생러브] ‘해결사’ 좋아하다…

입력 2004-03-12 00:00
수정 2004-03-12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생활습관병이 늘어나면서 약에 파묻혀 사는 인구도 덩달아 늘고 있다.당뇨병,고혈압,관절염,전립선비대증 등에 좋다고 성인들이 달고 사는 치료약 말고도 건강에 좋다는 영양제,건강보조식품 등 헤아릴 수 없는 약들이 생활 속에 자리를 잡고 있다.

약 한 알로 모든 병이 다 나으면 얼마나 좋을까만 병마다 필요한 성분이 달라 이 약,저 약 늘려가며 서글프게 사는 게 우리의 삶이다.아주 가끔은,“원시인들은 약없이도 살았잖아.” 하고 애써 약을 외면하려 해보지만,어쩌다 몸이 아파 약의 위대한 효과를 경험하게 되면 결국 ‘약 예찬론자’로 바뀌고 만다.

의대에서 ‘약리학’을 배울 때 가장 먼저 ‘약은 독이다.’라는 경구를 만난다.‘모든 약은 인체가 필요한 기능을 발휘하게 하지만,다른 기관에는 심각한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그래서 반드시 약을 쓸 때는 전문가의 조언을 철저히 따라야 하고,특히 장기 복용해야 하는 약일수록 환자 자신이 반쯤 전문가가 되어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먹는 게 좋다.그저 먹으면 아픔이 가시고,병이 낫는다는 생각만으로 자신이 약을 구하거나 용량을 마음대로 바꾸다가는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기 십상이다.

발기부전도 이제는 약으로 다스리는 시대다.이런 약들은 엄격히 말해 발기 기능을 근본적으로 고쳐주는 치료제라기보다 성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해결사’ 격인데,어느새 중년 이후 남성들의 복용약 리스트에 당당히 올라가 있다.작년 말부터는 가짓수도 늘어 어느 것이 더 강력하고 자신한테 맞는지에 대한 문의도 끊임없다.

두달 전 쯤 일이다.개인사업을 하는 50대 초반의 남성이 찾아와 발기부전에 관해 상담했다.“다른 병원에서 검사도 해보고,약도 계속 먹어 왔어요.자주 오기 어려우니 100알만 처방해 주세요.” “그 많은 양을 혼자 다 쓰시게요?” “사업하다보니 접대할 때도 좋고….”

약이 보편화되면서 생긴 현상이지만,약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없으면서 “써 보니까 좋더라.”며 다른 사람에게도 생각없이 나눠주고 있다는 얘기다.그러나 심혈관계에 작용하는 이런 약들은 반드시 의사의 점검 하에 사용하지 않으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실제로 일본에서는 상당수 사망자도 나왔다고 설명하고,본인에게 필요한 만큼만 처방해 줬다.

남자들이 발기부전 치료제를 술자리에서 친구끼리 주고받거나 심지어 술집의 경영 도구로도 쓰인다는 말이 들린다.이 역시 위험한 일이다.자신에게 잘 맞고 안전한지를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명심하자.‘약은 잘 쓰면 신비의 묘약이 되지만,잘못 쓰면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다.’

명동이윤수비뇨기과 공동원장˝
2004-03-12 4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