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24)-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儒林(24)-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나길회 기자 기자
입력 2004-02-09 00:00
수정 2004-02-09 09:1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이미지 확대
남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문을 열고 들어선 정광필은 미리 하인으로부터 대충 전해 들은 듯 별로 놀라지 않는 표정으로 입을 열어 말하였다.

“어인 일로 이 새벽에 행차하셨소이까.”

그러자 남곤은 주위를 살피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주위를 물리쳐 주옵소서.대감 나으리.”

남곤의 말에 정광필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하였다.

“주위에 누가 있단 말이오.방 안에는 공과 나 두 사람뿐이오.”

남곤은 손가락을 들어 밖을 가리켰다.그러자 정광필은 소리쳐 말하였다.

“게 누구 있느냐.”

문 밖에 대령하고 있던 노인이 대답하였다.

“소인 문 밖에 있사옵니다.”

“물러가 있거라.”

하인이 사라지자 사위는 정적으로 가득 찼다.오랜 침묵이 흘렀으나 남곤은 먼저 입을 열어 말하지 아니 하였다.마침내 정광필이 다시 입을 열어 물었다.

“공이 재상의 몸으로 이처럼 변복을 하고 남의 눈을 피해 찾아올 시에는 반드시 연유가 있을 터인데,그 연유를 어서 말하여 보시오.”

그러자 남곤은 낮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신은 밀서를 갖고 왔나이다.”

“밀서라니.누구로부터의 밀서란 말이요.”

“대감 나으리.”

남곤은 정면으로 정광필을 쳐다보면서 말하였다.

“밀지이나이다.”

밀지(密旨).이는 임금으로부터 직접 내려진 비밀스러운 명령을 가리키는 말이 아닌가.

그러자 정광필은 무릎을 꿇어 예를 갖춘 후 채근하여 말하였다.

“주상으로부터의 밀지라면 그것을 어서 보여주시오.”

남곤은 품 속에서 밀지를 꺼내어 두 손으로 정광필에게 전해주었다.정광필은 이를 받아 펼쳐보았다.특이하게도 한문이 아니라 국문으로 쓰여진 편지였다.기록에 의하면 그 밀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광조들이 정국공신의 삭훈을 청한 것은 강상(綱常)을 중하게 여긴 것이나 먼저 공 없이 공신에 오른 자를 제거하고 다음에 남은 20여명은 연산군을 부당하게 폐위시켰다는 죄로 다스릴 것이니 그렇게 되면 경들은 결단이 날 것이오.또한 그 화가 나에게도 미칠 것이다….”

밀서를 읽어 내리던 정광필의 얼굴이 순간 창백하게 질렸다.밀서의 서두만 읽어도 사태의 중요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상의 밀지라면 어찌하여 수결이 없는 것이오.”

“하오면.”

다소 언짢은 표정으로 남곤이 대답하였다.

“나으리께오서는 이 밀지가 주상으로부터의 밀지가 아니라 사사로이 위조되었다고 의심하고 계십니까.”

“아,아니오.”

정광필은 손을 저으며 말하였다.

“신이 이처럼 변복을 하고 찾아온 것은 주상의 밀지를 나으리께 비밀로 전해 드리기 위함이었소이다.”

“아,알겠소.”

정광필은 다시 밀지를 읽어 내리기 시작하였다

“…조광조가 현량과를 설치할 때는 천하의 인재를 얻으려 함인지 알았으나 지금에 생각해보면 그의 세력을 확보해 두려는 것이었다.나의 심복은 몇 사람 되지 않으니 정광필은 왕실을 위하는 사람이며 이장곤은 전에는 그렇지 않았으나 지금에는 그들에게 붙었으니 그 밑 졸개들은 더욱 믿을 수 없으며,다만 심정은 근래 비록 탄핵을 받고 있으나 재간이 있어 믿을 수 있을 것이다.내가 그들을 제거하려는 뜻을 딴사람에게는 알리지 말고 남곤과 심정에게는 알리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2004-02-09 3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