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피하기 정말 힘들어요”/지자체 단체장들의 하소연

“뇌물 피하기 정말 힘들어요”/지자체 단체장들의 하소연

입력 2004-02-04 00:00
수정 2004-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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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빚받으러 왔다며 협박하고,검찰에 허위고발하는 사람까지 있어요.이런 풍토에서 어떻게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습니까.”

시장·군수·구청장들이 이권을 노린 뇌물음해공세 및 억지민원에 시달리고 있다.‘헌법 위에 떼법이 있다.’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이같은 병리현상은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다.신변의 위협을 느낀 자치단체장들은 접견실·비서실에 CCTV(폐쇄회로)를 설치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지방의 한 구청장은 “무엇보다 ‘백’이나 ‘돈’을 동원하면 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실무자나 과장·국장을 거쳐서 안되면 일부는 돈을 싸들고 자치단체장에게 온다는 것이다.이들은 하나같이 “구청장이 해주려고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라는 그릇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개탄했다.

경실련 김용철 정치입법팀장은 “시·군·구로 인허가 및 단속권한이 대폭 넘어오면서 자치단체장을 상대로 한 뇌물공세는 관선 때보다 훨씬 많아졌다.”며 “주민의 감시,지방의회 활성화 등을 통해 부조리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뇌물공세,억지민원 백태

서울의 한 구청장은 유희시설 운영업자의 고발로 지난해 검찰수사를 받았다.이 업자는 구청장에게 사업편의를 봐달라며 2차례에 걸쳐 6000만원을 줬다고 검찰에 털어놨다.

그러나 뇌물을 준 정황에 신빙성이 없어 지난해 10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업자는 고발에 앞서 ‘빚을 받으러 왔다.’며 거금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이 구청장은 어이없어 했다.

경남의 한 부군수도 노선버스업체에 편의를 봐주고 5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으나 최근 무죄를 선고받았다.또 다른 서울의 한 구청장은 생떼민원으로 지난해 곤욕을 치렀다.한 노점상이 분신,숨을 거두자 유족 및 관련 단체들이 구청장실에서 분신이 이루어졌다며 구청장 책임론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그러나 청장실 옆 화장실에서 분신한 것으로 밝혀져 화를 면했다.

●자구책 마련 부심

자신이 모시고 있는 구청장이 뇌물수수혐의로 고생하는 것을 지켜본 C부구청장은 민원인이 찾아올 경우 담당과장을,과장이 없으면 계장·실무자라도 반드시 동석시키고 있다.어떤 경우도 민원인을 단독으로 만나지 않는다.

전남의 모 시장은 전임시장이 뇌물수수로 물러나자 취임식 때 시장실 벽면을 투명 통유리로 바꿨다.비서실 직원이나 민원인들이 시장실 안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해 청탁이나 뇌물을 제공할 수 없도록 했다.

인접 구청이 노점상 민원으로 시끄럽자 K구청장은 지난해 200만원을 들여 접견실에 CCTV를 설치했다.담당과장은 “노점상이 많은 우리 구도 언제 이같은 일이 터질지 모른다.”면서 “만일의 경우,법적자료로 활용키 위해 서둘러 설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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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규기자 ykchoi@
2004-02-0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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